바다마을 포장마차촌에 있는 점포들은 상인과 해운대구 간 협의에 따라 당초 지난달 31일을 끝으로 폐점될 예정이었다. 해운대해수욕장 전역에 난립했던 포장마차 등 노점상 160여곳이 바다마을로 모여든 건 2002년이다. 대형 국제 행사인 월드컵을 앞두고 국내 대표 관광지인 해운대의 거리를 정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했기 때문이다.
생계 수단인 노점을 한꺼번에 없애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한다. 당시 해운대구와 상인들은 지금의 포장마차촌에서 제한적으로 영업하는 데 합의했다. 점포 규격과 식·음료 가격을 통일하고, 점포를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조건도 덧붙였다. ‘손바뀜’이 일어나지 않으니 세월이 흐르면 자연스레 점포들도 정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0여년간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은 지역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매년 부산국제영화제(BIFF) 때 국내·외 유명 배우와 영화계 거장들도 이곳을 찾았다. 2015년엔 배우 탕웨이가 개막식 공식 리셉션 대신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2020년 7월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부산 오면 이곳 라면을 꼭 먹어야 한다”는 글과 함께 포장마차촌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소음·악취 관련 민원에 더해 위생·바가지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 2021년 한 시민이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며 포장마차촌을 경찰 등에 고발한 게 폐업 결정의 주된 원인이 됐다. 이에 해운대구와 상인들은 2024년 1월까지만 영업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 강영철 포장마차촌 자치위원회장 등 상인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타격을 참작해 1년만 말미를 늘려달라”고 주장한다.
해운대구는 행정대집행을 통해 포장마차촌을 철거할 계획이다. 포장마차 등 노점을 양성화한 다른 지역 사례도 검토했지만, 더 여지를 줄 방법이 없다는 게 해운대구 판단이다. 해운대구가 검토한 사례 중 하나는 부산 번화가인 서면에 있는 포장마차 거리다. 관할인 부산진구는 2010년부터 서면 롯데백화점 일대에 난립한 노점을 정리하고 포장마차 거리를 운영했다. 점포 크기와 음식 가격을 제한하고 ‘점포 양도 금지’ 서약을 받는 등 바다마을 포장마차촌과 운영 조건이 비슷하다. 거리 정비 및 위생 관리 측면에서도 성공적인 ‘양성화’ 모델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지자체가 ‘도로 점용 허가’를 통해 비교적 엄격하게 관리할 수 있는 서면 포장마차 거리와 달리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은 공원 부지에 해당한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부지 성격과 점용료 유무 등 조건이 달라 부산진구와 같은 허가 갱신 방식은 어렵다. 특히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은 고발로 인해 (철거를) 더 유예해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행정대집행을 위한 사전 통지 절차를 밟고 있다. 이르면 5월쯤 철거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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