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3 (월)

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유방암 환자 수술 중 상체 세웠다…그 의사 ‘기행’의 속내 [닥터후 II]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유방암 명의 이은숙



■ 닥터후Ⅱ(Dr. WhoⅡ)

몸의 병이 마음의 병으로 ‘전이’되는 것까지 막아주는 의사들. 환자단체가 뽑은 명의를 소개하는 ‘닥터후Ⅱ’, 이번엔 유방암 명의입니다. 질병은 환자 개인의 일이 절대 아니죠. 유방암 진단을 받고서도 손주 돌보는 일 때문에 자식 눈치를 보는 할머니들이 있답니다. 그럴 때 단호하게 환자 가족들에까지 ‘행동지침’을 전해주는 이은숙 전 국립암센터 원장 이야기입니다.

중앙일보

‘유방암 명의’이은숙 리리유의원 원장. 장진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은숙(61) 전 국립암센터 원장(현 리리유의원 원장) 진료실 책상 위에는 ‘유방암의 진단 및 치료’라는 한장짜리 그림이 있다. 이 원장은 얼마 전 이 그림 한쪽 메모난에 5가지 행동요령(①가족회의를 소집한다 ②오늘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다 ③당장 항암제 치료 시작한다 ④당분간 손자 돌보기가 불가능하다 ⑤2주 후 치료 시작하니 대책을 세워라)을 적어 고령의 유방암 환자에게 건넸다. 70대 이상 여성의 취약한 상황을 꿰뚫어 보고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유방암 환자는 말 못할 여성만의 고민이 많다. 항암제 중 폐경을 앞당기는 게 있다. 질이 마르거나 성적 욕구가 완전히 없어지기도 한다. 그런데도 남편이 달라붙으면 귀찮고 힘들다. 이 원장은 “약을 쉬어라” “산부인과 의사와 상의해라” 등을 조언한다. 유방암 환자는 감정 조절이 쉽지 않다. 엄마가 중심을 못 잡으니 가정이 평안하지 않다. 이 원장은 “가만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고통이) 배출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가슴 속 응어리를 묵묵히 받아준다. 한국유방암환우회가 이 원장을 유방암 명의로 선정한 이유다. 이 원장은 2019년 국립암센터 원장 때 노조와 강하게 맞섰다. 하지만 진료실에서는 세심한 ‘큰 언니’다. “(외과 의사인) 남편이 ‘환자한테 하듯 나한테 하면 현모양처가 됐을 텐데’라고 하죠.”

중앙일보

이은숙 원장이 환자에게 건네는 ‘유방암의 진단 및 치료’라는 제목의 그림. 한쪽 메모난에 5가지 행동요령을 담았다. [사진 리리유의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유방암이 증가하나.

A : “많이 증가하기도, 찾아내기도 한다. 결혼이 늦어지고 불임이 많아 배란유도제를 많이 쓴다. 여성호르몬 노출 기간이 늘면서 유방암이 증가한다. 출산 후 6개월 정도 모유 수유를 하는 게 예방에 좋다.”

Q : 유방암이 위험한가.

A : “치료와 경과가 좋은 암이다. 5년 생존율(93.8%)이 높다. 갑상샘암 다음으로 예후가 좋은 암이다.”

Q : 재발률은.

A : “다른 암보다 높은 편이 아니다. 재발해도 40%가 생존한다. 한쪽이 나은 후 반대쪽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Q : 치료제는 좋아졌나.

A : “면역(관문)치료제가 유방암 치료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 ‘키트루다’가 대표적이다. 유방암에 세 가지 타입이 있는데, 진행된 3중 음성 타입(유방암의 18~20%)에 쓴다. 암세포 크기가 2㎝ 이상이거나 림프절로 전이된 경우에 쓴다. 환자가 약값을 부담하고 합법적으로 비급여로 쓸 수 있다.”

Q : 항체 약물 접합체라는 획기적인 약이 나왔다는데.

A : “허투(HER2) 양성의 일부 환자에게 ‘엔허투’라는 약을 쓰기 시작했다. 게임체인저가 될 만한 약이다. 이 약도 환자가 약값을 부담하되 합법적으로 비급여로 쓸 수 있다.”

Q : 술이 유방암 발병에 영향이 있다는데, 기준은.

A : “전에는 일주일에 5잔 이하를 권고했는데, 점점 줄고 있다. 일주일에 5잔 넘게 폭음했다면 일주일간 금주하는 게 좋다.”

Q : 비만은 어떤가.

A : “비만 여성이 암에 잘 걸리고 재발률이 높다. 췌장암에도 영향을 미친다.”

Q : 어떤 걸 먹어야 하나.

A : “자연 음식 중에서 먹으면 안 되는 건 없다. 골고루 먹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운동하는 게 중요하다.”

이 원장은 자가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검사에서 안 나온 암을 손으로 잡아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미국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2007년 유방암으로 사망한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브라카(BRCA)1 유전자로 인한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가슴을 절제했다.

Q : 브라카 유전자가 나오면 절제해야 하나.

A : “0기, 1기 같은 조기 유방암이고 브라카1 유전자가 나오면 반대쪽에 암이 생길 위험이 80~90%이다. 미리 발견한다는 보장이 없으면 의사와 충분히 상의해서 예방적으로 자르라고 권유한다. 그러나 유방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된 경우에는 진행된 쪽에 집중하는 게 좋다.”

Q : 요즘은 복원 수술을 많이 하나.

A : “거의 다 한다고 보면 된다. 건강보험이 적용된 이후 대부분 복원한다.”

이 원장은 “한국 의료 사정상 대형병원에서 수술 후 케어 서비스까지는 못 받는다. 우리 같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가벼운 합병증 치료, 보형물 교체, 유방의 양성 질환 수술 등 대형병원이 커버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담당한다”며 “‘환자 바로 옆 최고 전문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다”고 말했다.

■ 기사 전문과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닥터후Ⅱ


백혈병만 패는 냉정한 꼰대…그 명의가 농담도 참는 이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4229

“명의라며? 진료 1분 컷이다” 그 말 충격받고 이 명함 팠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7519

예술적 유방암 수술, 정승필…그는 ‘공감요정’이라 불린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0985

새색시 몸 뒤덮은 건선 지옥…명의는 남편부터 호출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5967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