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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의사 집단행동에 뿔난 시민들 "집단 이기주의"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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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지난 16일 오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조선대 병원에서는 전날 전공의 7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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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집단 행동이 초읽기에 다가오자 시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대다수 시민들은 의료계의 반발을 두고 집단 이기주의라고 지적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시민들은 정부의 소통 부재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18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오는 19일까지 해당 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9일까지 얼마나 많은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할지가 20일부터 의료 현장에서 발생할 혼란이 얼마나 클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대 정원 증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또한 지난 17일 전공의 등에게 피해가 발생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에 돌입한다고 강조했다.

"반대 명분 설득력 없어"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과 달리 시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지난해 말 보건의료노조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9.3%는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했다. 85.6%는 "의협이 진료거부 또는 집단휴업에 나서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갤럽은 지난 13∼15일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의대 증원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결과에서도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가 76%에 달해 '부정적인 점이 더 많다'(16%)는 응답을 압도했다.

서울시 마포구에 거주하는 박모씨(35)는 "파업은 엄연한 노동자의 권리이지만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건강보험 재정이 늘어 문제가 된다는 명분은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다"면서 "정부가 의대를 증원하기 위한 목적에는 지방 의사 부족 현상을 해결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의사들의 집단 행동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을거란 비판도 나왔다. 인천시 검단구에 거주하는 변모씨(34)는 "한림대 의대생들의 휴학 '쇼'를 보면서 의사들이 결집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며 "어떤 전문직이라도 라이센스를 땄다는 이유로 고소득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16일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며 동맹휴학을 결의한 한림대 의대 4학년 학생들이 정작 아무도 휴학원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사명감 어디 갔나"
싸늘한 여론 반응에는 의사들이 대중을 비난해온 발언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15일 저녁 서울시의사회의 궐기대회에서 의사들의 거친 발언이 문제가 됐다.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개최한 '의대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 나온 한 참가자는 "레지던트 1년차 수료를 앞두고 병원에 사직서를 냈다"면서 "의사가 환자를 두고 병원을 어떻게 떠나느냐 하시겠지만, 제가 없으면 환자도 없고, 당장 저를 지켜내는 것도 선량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나오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집단 이기주의를 보인다", "특권의식이 너무 강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중견 의사들의 강경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주수호 전 의협 회장은 SNS를 통해 의대 증원을 비판하면서 "지방에 부족한 건 민도"라고 적었다가 지방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민도(民度)는 국민의 생활이나 문화 수준의 정도를 뜻하는 단어다. 주 전 회장은 논란이 확산하자 SNS에 입장문을 올려 "지역민을 비하하고자 한 글이 절대로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변호사인 이모씨(44)는 "의사도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돈을 버는 직업이지만 그 바탕에 사명감과 소명감이 깔려있어야만 하는 공적인 직업"이라며 "변호사도 시장 개방을 통해서 성장하고 있는데, 의료계에서는 이를 왜 거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시민들은 정부의 소통 방식의 문제를 삼기도 했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김모씨(34)는 "의사들이 이렇게 까지 하는 이유는 자신들 권리 지키기보다는 제대로 된 정책 방향성을 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강대강 대치로 국민들에 피로감만 줄게 아니라 정부와 의사단체간 제대로 된 소통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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