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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12시간이면 집 한 채 날린다"…100배 비트코인, 직접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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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15일 저녁 6시2분 바이낸스 코인 선물시장에서 증거금(margin) 47USDT(1USDT=1달러)를 걸고 100배 고배율 레버리지로 비트코인에 롱(매수) 포지션을 취한 결과 밤 11시31분 투자수익률(ROI) 102.6%(를 기록하며 49USDT의 이익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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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15일 저녁 6시2분 바이낸스 코인 선물시장에서 증거금(margin) 47USDT(1USDT=1달러)를 걸고 100배 고배율 레버리지로 비트코인에 롱(매수) 포지션을 취한 결과 16일 새벽 5시17분 강제 청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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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2분 +0.96%

6시3분 -4.84%

6시5분 -10.06%

6시16분 +21.52%…

비트코인 가격의 미세한 등락에도 거래창(사진)에 표시된 투자수익률(ROI)이 급변했다. 이윽고 100%를 넘겼다가 0%를 찍은 뒤 -100%를 향했다.

기자가 15일 저녁 6시 2분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암호화폐) 바이낸스에서 50달러(한화 6만6755원) 가량 소액 선물 거래 실험을 해본 결과다. 이른바 '코인 불장 재연'에 대한 기대감으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 '초고배율 파생상품'인 가상자산 선물 관련 글들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선 취급하지 않는 가상자산 선물 거래를 하는 방법은 복잡했다. 원화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리플과 같은 가상자산을 구매한 뒤 바이낸스의 계좌로 입금, 다시 이를 선물거래용 가상자산 USDT로 바꿔 거래를 진행해야 한다. 바이낸스 등 해외자산거래소가 원화 거래 등 한국 관련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USDT는 1개가 현금 1달러 가치에 연동되는 가상자산이다. 바이낸스 선물 거래에선 투자자가 내는 증거금(margin) 대비 100배 이상의 레버리지 거래가 가능하다. 예컨대 '상승(롱) 포지션'에 레버리지 100배로 100달러를 투자하면 비트코인 가격이 1%만 올라도 100달러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 1%만 하락해도 투자금은 전액 청산된다. 하락(숏) 포지션에선 가격이 이와 반대로 움직여야 수익이 생긴다.

기자는 이날 선물시장에서 증거금(margin) 47USDT를 걸고 비트코인이 5만1992.10달러 일 때 100배 고배율 레버리지로 롱 포지션을 잡았다. 수수료가 붙어 실제론 0.6%만 감소해도 증거금이 청산되는 조건이었다. 비트코인이 5만1670달러에만 닿아도 투자금 전액을 잃는 것이다. 비트코인 시세가 상승하면서 이날 밤 11시31분 투자수익률(ROI) 102.6%(49USDT 수익)를 나타냈다. 거래 시작 5시간29분 만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하락하자 ROI 창은 순식간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16일 새벽 5시17분 끝내 청산됐다. 소액이라곤 해도 몇 끼 점심값이 증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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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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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물 투자였다면 0.6% 손실에 그쳤을 일이다. 코인시장에서 고배율 선물 파생상품이 지닌 위험성을 실감한 순간이다.

바이낸스 뿐 아니라 다양한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들이 고배율 선물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인터넷방송에 단 한번의 '베팅'으로 순식간에 수백에서 수천만원씩 따거나 잃는 BJ들의 행보에 열광하는 시청자들도 나온다. 유튜브 등에 '코인 선물 베팅 관람' 시장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투자와 관련한 설전도 '한탕 문화'와 관련한 방향으로 이어진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비트코인 시세 비관론이 올라오면 "그럼 집 팔아서 숏을 처보라"는 댓글이 달리는 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배율 선물 거래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기자와 같은 진입가에 같은 배율 레버리지였다면 12시간이 안돼 집 한채를 날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체계적 준비 없이 한다면 청산을 당하거나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일반인이 하기엔 상당히 리스크가 크다"고 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보조지표를 통해 차트를 분석한다고 자신하더라도 고배율로 레버리지 선물 투자를 한다면 사실상 홀짝 게임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이 가상자산 선물을 취급하지 않는 것은 금융위원회의 유권 해석과 관련돼 있다. 자본시장법상 파생상품은 기초자산 가치를 추종해야 하며 해당법상 기초자산은 △금융투자상품 △통화 △농·축산·수산물 등 일반상품 △신용위험 △그 밖에 적정한 방법에 의해 산출 평가 가능한 자연·환경·경제적 현상으로 규정돼 있다. 이같은 기준에 가상자산은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비트코인 선물 ETF(상장지수펀드)의 경우 국내 증권사는 미국 시카고거래소(CME)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을 중개하는 행위는 인정된다.

금융위가 CME가 산출하는 선물 지수는 기초자산으로서 신뢰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가 선물을 거래하는 것은 관련 법상 저촉되는 것이 아니지만 선물 투자, 방송 등이 만약 리딩방 등과 연계된 행위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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