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역사적 경기에서 나온 그의 덩크슛 ‘순간(Moments)’은 69개의 한정판 대체불가토큰(NFT)으로 공식 발행됐고, 르브론 제임스의 등번호 23번을 상징하는 23번째 NFT가 23만23달러(약 3억원)에 판매됐다. NBA가 NFT를 발행한 이후 가장 비싼 거래였다. 당시에는 르브론 제임스가 은퇴하면 NFT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NFT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NFT가 더는 돈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용자들이 대거 시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현재 3억원짜리 NFT조차 금전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게 됐다.
NBA에서 시작된 NFT 사업이 일부 성공을 거두자 스포츠 산업 전반에 NFT 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짧은 기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NFT 시장은 급격히 쇠퇴했다. 희소성을 기반으로 하는 NFT가 시장에 대규모로 풀리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NFT 버블’이 터졌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에도 NFT 시장은 아직도 겨울을 보내고 있다.
◇ 가격 폭락 불러온 NFT 대량 발행
16일 NBA NFT 거래소 톱샷(Top Shot)을 운영하는 블록체인 업체 대퍼랩스(Dapper Labs)에 따르면, 톱샷 이용자는 2020년부터 현재까지 160만명에 달한다. 누적 거래는 300만건으로 총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했다.
대퍼랩스는 NBA와 파트너십을 맺고 NBA 선수들의 활약이 담긴 10~20초짜리 동영상을 NFT로 발행하고 있다. NFT에 담긴 동영상은 특정 선수의 화려한 플레이나 NBA 역사에 남을 명장면으로 구성돼 있다. NFT를 구매하면 이 명장면을 공식적으로 소장할 수 있다.
NBA NFT 거래소 톱슛에서 판매되고 있는 NFT 팩 중 하나. 10달러에 구매하면 무작위로 NBA 선수들의 명장면이 담긴 NFT를 얻는다. 낮은 확률로 높은 등급이 나오면 거래소에 팔아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톱슛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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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들은 개당 6~79달러인 ‘팩’을 구매하고 이를 개봉해 NFT를 얻을 수 있다. 팩을 통해 제공되는 NFT 종류는 무작위다. NFT는 발행량에 따라 일반·희귀·전설 등급으로 나뉘는데, 등급이 높을수록 희소성이 높아져 비싸게 거래된다. 가령 10달러짜리 팩을 구매해 낮은 확률로 인기가 많은 선수의 전설 등급 NFT를 뽑으면, 거래소에서 구매가격의 100배 이상의 웃돈을 얹어 판매할 수 있다. NBA와 대퍼랩스는 팩 판매와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로 수익을 올린다.
NFT 구매자들 대부분은 소장가치가 높은 NFT를 구매한 뒤 가격이 오르면 되팔려는 수집가나, 자신이 동경하는 선수의 활약상을 소유하고자 하는 열성팬들이다. 이들 사이에서 NFT가 인기를 끌면서 상징성이 큰 NFT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르브론 제임스가 2020년 2월 6일 휴스턴 로키츠를 상대로 리버스 덩크슛을 성공시키는 NFT는 1199달러에 처음 거래됐다. 하지만 이 덩크슛이 한 달 전 사망한 농구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를 추모하는 의미가 담겼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두 번째 거래는 12만5000달러로, 세 번째 거래는 21만달러로 뛰었다.
10개 한정판 레어 등급으로 발행된 손흥민 선수의 NFT 중 하나. 블록체인 기반 스포츠게임 운영사 소레어의 거래소에서 4471달러(약 600만원)의 현금 가치를 가지고 있다. /소레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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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NFT를 대량으로 발행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는 점이다. 유통량이 늘어나자 너도나도 NFT를 팔겠다고 나섰고, 일반 등급의 NFT 가격은 1달러까지 떨어졌다. 가격 폭락을 목격한 이용자들은 NFT에 미래가 없다고 판단해 시장을 떠났다.
NFT 시장조사기관 크립토슬램에 따르면, 2021년 1월 기준 톱샷 월 거래량은 4050만달러로 전달 대비 2008% 증가했다. 2021년 2월에는 2억2400만달러까지 뛰었다. 하지만 2021년 4월 거래량은 8200만달러로 줄었고, 이듬해 4월은 2600만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결국 톱샷 운영사 대퍼랩스는 2022년 11월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 22%를 감축했다.
◇ 스포츠 NFT 게임 ‘소레어’도 위기
스포츠 NFT의 최고 성과물로 여겨지던 톱샷의 위기는 연쇄작용을 일으켰다. 미국프로풋볼(NFL)의 NFT 플랫폼 올데이(All Day)의 월 거래량은 한 때 1842만달러에 달했지만 지난달 185만달러까지 떨어졌다. 메이저리그(MLB) NFT 월 거래량은 최고 900만달러에서 지난달 38만달러로 줄었다.
특히 농구·축구·풋볼·야구 게임을 NFT로 즐길 수 있어 인기를 끌던 소레어(Sorare)도 위기에 봉착했다. 소레어 월 거래량은 2020년 8월 109만달러에서 2022년 2월 4060만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매월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달 951만달러까지 내려갔다.
소레어는 NFT 기반 스포츠 게임을 운영하는 회사다. 가령 손흥민·이강인 등 한국 선수의 NFT를 구매해 축구팀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다른 이용자와 가상으로 축구 경기를 펼치는 것이다. 가치가 높은 NFT를 보유할수록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톱슛과 마찬가지로 거래소에서 NFT를 판매하거나 구매할 수 있다.
그래픽=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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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업계는 NFT 버블을 시장 위축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가상자산 통계 분석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상위 6개 NFT 거래소의 한 달간 총거래량은 지난해 2월 18억9000만달러를 기록했으나, 실제 거래 가치는 9억8790만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약 10억달러는 거품이라는 뜻이다. 디앱겜블(Dapp Gambl)이 7만3257개의 NFT 컬렉션을 직접 조사한 결과 95%인 6만9795개는 시가총액이 0원인, 아무런 가치가 없는 NFT로 나타났다.
디앱겜블은 “NFT 공급을 따라잡을 만큼 수요가 충분하지 않다”며 “수백만달러에 팔리는 NFT와 하룻밤 사이에 성공했다는 이야기 속에서 시장이 잠재적 손실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쉽다”고 평가했다.
이학준 기자(hak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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