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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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유럽의 안보 불안이 고조된 가운데 러시아가 10년 내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의 전쟁 가능성에 대비해 발트해 국가들과의 국경에 주둔하는 병력을 두 배로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카우포 로신 에스토니아 대외정보국 국장은 “러시아가 현재로서는 나토에 대해 군사 행동을 개시할 의도가 없으나 향후 10년 안에 나토와 군사 충돌이 가능하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로신 국장은 “러시아는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및 핀란드와의 국경에 배치된 병력을 증강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병력이 약 2배로 늘어나고 장갑차, 탱크, 포대 등의 숫자도 수년에 걸쳐 증가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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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 대외정보국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 1만9000명이었던 발트해 국경 주둔 병력을 약 두 배로 늘리고, 새로 증원되는 병력은 2~3개의 기동부대와 약 12개의 화력 지원 및 전투 지원 부대로 구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지역 병력을 10만명가량으로 늘린 바 있다.
로신 국장은 군사비 지출을 늘려 러시아를 억지하는 것은 나토 동맹국들의 몫이라면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러시아의 계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신 국장의 이날 발언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유럽이 러시아의 위협에 부쩍 신경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앞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10일 독일 주간지 벨트암존탁과의 인터뷰에서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할 경우 러시아의 공격이 다른 나라로 확대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나토는 러시아와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수십년 간 계속될 수 있는 충돌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도 러시아가 향후 5∼8년 이내에 나토 동맹국을 공격할 수 있다고 예측했고, 지난 9일 트로엘스 룬드 포울센 덴마크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3~5년 이내에 공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유럽 국가들의 불안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나토의 집단방위 원칙을 부정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와 타이마르 페테르코프 에스토니아 국무장관을 러시아의 수배자 명단에 올렸다고 러시아 독립매체 메디아조나가 이날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들은 역사적 기억을 모욕하는 결정을 하고 러시아에 적대적인 행동을 한 혐의로 수배됐다”고 설명했다.
칼라스 총리는 에스토니아에 있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 전사자 기념물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200년 가까이 제정 러시아의 지배를 받은 에스토니아는 1918년 독립을 선언했으나 1940년 소련에 편입됐다가 1991년 소련 붕괴 무렵에 다시 독립했다.
칼라스 총리는 자신에 대한 수배 명령 소식에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전혀 놀랍지 않다.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라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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