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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연금과 보험

남성 전용 보험 출시?… GA의 도 넘은 거짓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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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손해보험사 사옥 전경.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삼성화재, KB손해보험, 현대해상, 흥국화재.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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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험 마케팅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매 종료가 임박한 상품이라 빨리 가입하라는 절판 마케팅을 넘어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상품을 홍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 산업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출시된 한 보험사의 건강보험 상품은 설 연휴 전부터 이목을 끌었다. 이 상품이 보험업계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남성 전용 상품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일부 보험 설계사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국내 최초’ ‘남성을 위한’ ‘가성비’ 등 홍보문구를 사용하며 상품 출시 전부터 마케팅에 나섰다.

하지만 이 상품은 남녀노소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3대 질환과 전이암 진단비를 확대해 보장하는 한편 암에 걸리지 않은 고객에게 매년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상품의 특징으로 성별과는 무관하다. 심지어 여성 유방암 특약도 있다. 남성 전용이라고 홍보되는 이유 중 하나는 남녀 생식기암 진단 시 보장이 가능한 특약이 탑재됐기 때문이다. 남성 생식기암마저 보장하는 상품을 마치 남성만 가입할 수 있는 남성 전용이라고 홍보한 셈이다.

이러한 GA의 마케팅에는 보험사들 책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GA는 보험사가 보내오는 안내장 등을 토대로 영업 전략을 짠다. 안내장에 오해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문구가 포함되면 잘못된 마케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험사도 영업조직이 과도한 마케팅을 하지 않도록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남성 전용 상품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모두 가입할 수 있는 종합 건강보험이다”라며 “특약 중 남성과 관련된 특약이 섞여 있어 영업 조직에서 일종의 ‘컨셉’을 잡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거짓말에 가까운 마케팅은 처음이 아니다. 상급종합병원 1인실에 입원할 경우 최대 60만원을 보장하는 특약에 대한 과열경쟁에 금융감독원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자, 영업 현장에선 설 연휴 전 사라질 보험이라고 홍보하는 절판 마케팅이 기승을 부렸다.

하지만 확인 결과 상품 판매 종료는 사실이 아니었다. 설 연휴가 지난 현재까지도 판매되고 있다. 당시 이런 마케팅을 한 일부 업체는 연휴가 지나자 다시 ‘비공식적으로’ 1인실 입원비 판매가 연장됐다고 말을 바꿨다.

보험업계는 마케팅이 과도해질수록 신뢰도가 떨어지는 만큼 자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접수된 금융 민원 4만8506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손해보험(36.8%)이었다. 4위인 생명보험(14.8%)을 합치면 사실상 금융민원 절반 이상이 보험 관련 민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절판 마케팅 등이 실적을 올리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되고 있지만 좋은 모습은 아니다”라며 “보험산업 이미지라는 것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지나친 마케팅은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학준 기자(hak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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