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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을 국민 노후자금 뿐 아니라 증시 부양을 위한 마중물로 활용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 근로자들이 굴리는 연금의 대부분은 예·적금 계좌에 사실상 방치돼 있다. “연평균 1~2%에 불과한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하겠다”며 가입자가 적극적으로 연금을 굴릴 투자상품을 고르게 하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를 도입했는데도 불구하고 안전자산에만 집중되는 국내 퇴직연금의 고질병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디폴트옵션 상품에 가입한 퇴직연금 적립금액 12조5520억원 가운데 무려 89%인 11조2879억원이 ‘초저위험’ 상품에 들어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상품과 이에 따른 리스크에 맞춰 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까지 총 4개로 나뉘는 상품군 중에서 가장 낮은 위험군 상품에만 자금이 몰려있는 것이다.
이는 적립금 중 무려 86.4%가 원리금 보장형에 묶여있는 국내 전체 퇴직연금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자신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운용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미국, 영국, 호주를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서는 가입자의 적절한 선택을 유도해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 하에 일찌감치 도입됐는데, 한국도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목표로 준비에 착수해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하지만 이같은 제도 취지와는 달리 실제로는 안전자산에만 묶여있는 퇴직연금의 한계가 여전히 계속되는 상황이다. 디폴트옵션 초저위험 상품군은 원금이 보장되는 정기예금과 약속된 이율을 주는 보험사의 이율보증형 보험(GIC)으로 구성돼 있다. 예금 중심의 초저위험군에 돈이 몰려있다보니 적립금 규모 상위 10개 기관 순위에는 은행이 1~5위를 포함해 무려 8곳이 포함돼 있다.
안전자산에만 돈이 매몰돼있다 보니 수익률도 저조하다. 정부가 발표한 디폴트옵션 전체 적립금의 1년 기준 수익률은 10.13%이지만, 자금의 90%가 적립된 초저위험군의 수익률은 이것의 절반 아래인 4.5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그나마 지난해에는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초저위험군 수익률이 괜찮은 편이었지만, 올해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발 금리인하가 시작되면 또다시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은 최근 5년간 1~2%대를 벗어난 적이 없다. 2017년 1.88%, 2018년 1.0%를 거쳐 2020년에는 2.58%로 잠깐 반등했지만 이듬해 초저금리가 지속된 탓에 다시 2%로 떨어졌다. 이중 원리금보장형의 연간 수익률은 1.35%에 그쳤다.
장기로 운용하는 퇴직연금을 특성을 고려한 5년과 10년간 연환산 수익률로 봐도 각각 1.96%, 2.39%로 올해 기획재정부가 예상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2.6%)보다 더 낮다.
업계에서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수급자들의 인식 개선과 더불어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디폴트옵션 제도를 도입한 취지를 가입자들에게 명확히 설명하고, 수급자들은 각자의 투자성향과 생애주기를 고려한 투자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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