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1~2%에 불과한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하겠다'며 가입자가 적극적으로 연금을 굴릴 투자 상품을 고르게 하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를 도입했는데도 불구하고 안전자산에만 집중되는 국내 퇴직연금의 고질병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디폴트옵션 상품에 가입한 퇴직연금 적립금액 12조5520억원 가운데 무려 89%인 11조2879억원이 '초저위험' 상품에 들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 상품과 이에 따른 리스크에 맞춰 초저위험·저위험·중위험·고위험 등 총 4개의 상품군 중에서 가장 낮은 위험군 상품에만 자금이 몰려 있는 것이다.
이는 적립금 중 무려 85%가 원리금 보장형에 묶여 있는 국내 전체 퇴직연금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디폴트옵션 초저위험 상품군은 원금이 보장되는 정기예금과 약속된 이율을 주는 보험사의 이율보증형 보험(GIC)으로 구성돼 있다. 예금 중심의 초저위험군에 돈이 몰려 있다 보니 적립금 규모 상위 10개 기관에는 1~5위를 포함해 무려 8개 은행이 들어가 있다. 안전자산에만 돈이 매몰돼 있다 보니 수익률도 저조하다. 정부가 발표한 디폴트옵션 전체 적립금의 1년 기준 수익률은 10.13%지만, 자금의 90%가 적립된 초저위험군은 수익률이 이것의 절반에 못 미치는 4.5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운용업계에선 그나마 지난해에는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초저위험군 수익률이 괜찮은 편이었지만, 올해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발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또다시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 고용부에 따르면 국내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은 최근 5년간 1~2%대를 벗어난 적이 없다. 2017년 1.88%, 2018년 1.0%를 거쳐 2020년에는 2.58%로 잠깐 반등했지만 이듬해 초저금리가 지속된 탓에 다시 2%로 떨어졌다. 이 중 원리금 보장형의 연간 수익률은 1.35%에 그쳤다.
장기로 운용하는 퇴직연금 특성을 고려한 5년과 10년간 연환산 수익률로 봐도 각각 1.96%, 2.39%로 올해 기획재정부가 예상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2.6%)보다 낮다.
업계에서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수급자들의 인식 개선과 더불어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디폴트옵션 제도를 도입한 취지를 가입자들에게 명확히 설명하고, 수급자들은 각자의 투자성향과 생애주기를 고려한 투자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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