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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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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약세 지역부터 공천 발표···수도권 격전지 탈환 위해 후보 재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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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공천 신청자 면접 시작

경향신문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4·10 총선 공천 신청자에 대한 면접이 13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 중·성동을에 지원한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혜훈 전 의원, 하태경 의원이 공천심사를 받고 있다. 2024.2.13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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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13일 닷새간의 총선 지역구 공천 신청자 면접을 시작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이기는 공천을 하겠다”고 천명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부산·울산·경남(PK) 중진 출마 지역구 조정에 이어 수도권에서도 격전지에 경쟁력 있는 인사를 내보내기 위한 조율에 나섰다.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한심’(한 위원장 의중) 공천 논란으로 인한 잡음을 최소화해 제3당으로의 이탈을 막는 것이 공천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총선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서울·제주·광주의 총 56개 지역구 공천 신청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했다. 면접은 지역구별 공천 신청자 전원이 한 번에 면접장에 들어가는 다대다 방식으로 이뤄졌다. 면접에 부여된 배점은 10점(100점 만점)이다. 신청자 1명에 배정된 시간이 3분에 불과한 데다 ‘킬러 질문’은 대체로 나오지 않아 면접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거란 평가가 나온다. 앞서 마무리한 여론조사(40점), 도덕성 평가(15점), 당·사회 기여도(35점·국회의원 및 원외당협위원장은 당무감사 20점과 당 기여도 15점)에서 공천 여부가 갈릴 거란 전망이 많다. 이날 면접을 본 최재형 의원(서울 종로)은 “면접 시간이 워낙 짧아 (면접이 아닌) 다른 여러 데이터를 가지고 판단하는 비중이 더 높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공관위는 14일 경기1·인천·전북, 15일 경기2·전남·충북·충남, 16일 세종·대전·경남·경북, 17일 강원·울산·부산·대구 순으로 면접을 진행한다. 단수공천 지역 등은 면접 이튿날 곧바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당장 14일부터 일부 지역 공천자가 결정된다. 수도권(서울 강남3구 제외) 등 여당 약세·전략 지역을 먼저 발표해 선거 준비 시간을 더 확보하고, 공천 반발 가능성이 큰 영남·강남3구 등 강세 지역을 늦게 발표해 이탈자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강남·서초는) 우리가 유리한 지역이니까 결정을 빨리 못 내릴 거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특히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 지역구를 빼앗아 오기 위해 확장성·중량감·인지도 등을 갖춘 인사들의 수도권 출마 지역구 조정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당내에선 수도권에서도 강남3구, 경기 성남분당 등 여당 강세 지역과 민주당 현역 의원이 있지만 최근 대선·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해 총선에서 해 볼 만한 지역에 윤석열 정부·대통령실 출신의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주로 출마를 희망하면서 조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반면 서울 강북권 등 여당 약세 지역엔 유력인사가 크게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에 당 지도부와 공관위는 서울 강남을에 공천을 신청한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현재 이 지역구 의원인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의 재배치를 검토 중이다. 경기 거점도시인 수원·고양 등 배치 가능성이 거론된다. 박 전 의원은 다른 지역에 출마해달라는 요청은 아직 없었다면서도 “서울에서 4선 의원을 지낸 사람으로서 기득권을 내려놓고 서울 수복을 위해 헌실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태경 의원, 이혜훈·이영 전 의원 등 전·현직 의원 3명이 경쟁하는 서울 중·성동을도 유력한 재배치 대상이다. 다만 세 사람은 이날 면접에서 출마 지역구를 옮길 뜻이 없다는 뜻을 밝혀 조정 작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영환 위원장은 “동일한 지역에 중요한 지원자들이 몰린 경우 재배치해서 승리해야 한다. 특히 서울에 그런 분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고양만 해도 경기에서 중요한 지역이지만, 경쟁력 있는 출마자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이런 곳에 중량감 있는 인사가 출마하면 주변 지역 판세에까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최근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에게도 서울 출마를 요청했으나, 인 전 위원장은 가족 반대 등을 이유로 일단 거절한 상태다. 당은 인 전 위원장에게 출마를 추가로 요청할 방침이다. 지역구는 서울 서대문갑·종로 등이 거론된다. 인요한 혁신위 위원으로 활동한 김경진 전 의원(서울 동대문을 공천 신청)은 “인요한 박사는 선대위원장을 맡아 수도권 험지에서 지원 유세를 해주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앞서 PK 중진인 서병수(부산 부산진갑)·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의원이 각각 당 지도부의 부산 북·강서갑(전재수 민주당 의원)·경남 양산을(김두관 민주당 의원) 출마 요청을 수용한 데 이어, 이날 3선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이 경남 김해을(김정호 민주당 의원) 출마를 선언했다. 조 의원은 “당이 저에게 현역 민주당 의원 지역에 출마를 요청한 것은 김해에서 이기면 수도권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위원장은 “강세 지역에서 오래 봉사해온 중진들은 그 자체의 힘을 갖고 있다. 그 힘을 이기는 데 잘 쓰기 위해 재배치하는 것”이라며 “서울이나 다른 곳도 꽤 많이 (재배치)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당의 가장 강고한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 공천은 최대 관심사다. 국민의힘은 TK 25석을 모두 차지하고 있다. 당내에선 유력인사 재배치 전략을 짠 수도권·PK와 달리 TK는 초·재선을 포함한 현역 물갈이에 좀 더 비중을 둘 거란 예상이 많다. 공관위는 당 지지율보다 현역의원 지지율이 낮은 지역을 유력한 교체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국민의힘 지지도가 높은 TK가 이 기준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TK의 경우 우리한테 특별히 험지라고 할 만한 곳은 없다”며 “그렇다면 그분들을 재배치해서 2석을 얻을 수 있는 데가 과연 어디 있을까”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천명한 ‘공정한 시스템 공천’ 원칙을 유지해 ‘사천’ 논란을 차단하는 것이 성공적 공천을 결정할 요소다. 특히 출마 지역 조정이나 물갈이를 통해 비워둔 강세 지역에 윤석열 정부 출신이나 친윤 인사들이 대거 공천을 받을 경우 다른 후보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다. 앞서 한 위원장이 김경율 비대위원 출마를 공개 지지한 서울 마포을에선 김 위원 불출마 선언 이후 전략공천(우선추천)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현실화할 경우 기존 출마 준비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 위원장은 전날 “저는 누구 한 사람이라도 룰에 어긋나게 밀어 넣을 생각이 전혀 없고, 그런 식의 공천이 들어오는 것도 막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공천 결과에 불만을 가진 인사들이 이준석·이낙연 대표가 창당한 개혁신당에 합류할 경우 양자 대결을 기본으로 짠 선거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특히 격전지에선 제3당 후보가 당선인을 결정하는 구도가 그려질 수 있다. 장 사무총장은 전날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에서 공천 탈락한 사람이 제3신당으로 가서 본인의 지역구에서 출마할 경우가 가장 위협적인 그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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