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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2 (토)

[사설] ‘대통령 대담’ 재방송까지 한 KBS,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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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후 한국방송(KBS)을 통해 방송된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과 관련해 박장범 앵커의 질문을 받고 있다. KBS 방송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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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KBS)이 지난 7일 밤 내보낸 윤석열 대통령 신년 특별대담을 설날인 10일 재방송했다. 7일 ‘녹화 대담’이 방영된 뒤 ‘땡윤방송’ ‘용산 조공방송’ 등의 비판이 제기됐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윤 대통령의 일방적인 메시지를 담은 방송을 다시 한번 전파에 태운 것이다. 공영방송이 공공 자산인 전파를 낭비해가며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대통령 ‘심기 경호’에 나서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방송은 ‘국민의 방송’인가, ‘대통령의 방송’인가.



한국방송의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등 핵심 현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해명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박장범 한국방송 앵커가 진행한 대담 방송에는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넘쳤을 뿐, 정작 국민들이 대통령에게서 듣고 싶어 하는 내용은 없었다. 대통령이 불편해할 만한 질문은 아예 꺼내지도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박 앵커가 ‘명품백 수수’라는 말은 입에 올리지도 못한 채,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파우치’ ‘조그마한 백을 놓고 가는 영상’이라고 표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공영방송인 한국방송을 군사독재 시절의 국영방송, 국정홍보방송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방송 시청자청원 게시판에는 박 앵커의 ‘뉴스9’ 하차를 요구하는 글까지 올라왔다.



방송사 내부 구성원 사이에서도 ‘치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한국방송은 전혀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 같다. 한국방송은 녹화 대담 방영 다음날인 8일 ‘특별대담이 최고 시청률 9.9%를 찍으며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며 자화자찬성 보도자료를 내더니, 설날 당일인 10일 오전에는 녹화 대담을 재방송했다. 설날 차례를 지내기 위해 가족들이 모이는 시간을 겨냥했음 직하다. 대통령의 변명과 해명을 어떻게든 많은 국민에게 들려주려 안간힘 쓰는 모습에서 정치권력에 순치된 ‘국영’ 방송의 민낯을 봤다고 하면 지나칠까.



‘친윤 낙하산’ 박민 사장이 취임한 뒤 한국방송은 빠르게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해가고 있다.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도 국정홍보채널 케이티브이(KTV)에 빗대는 평가가 나온다. 박 사장은 취임 직후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공영방송의 핵심 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해 국민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공정성을 훼손한 사람이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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