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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트럼프 “나토 돈 안내면 러 침공 부추길 것”…'주한미군'도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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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이 패닉에 빠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핵심 동맹인 유럽 나토 국가들도 돈을 내지 않을 경우 러시아가 공격하도록 부추기겠다고 공언하고 나서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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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연설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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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콘웨이의 코스털 캐롤라이나대에서 열린 유세에서 재직 시절 나토 회원국 정상 중 한 명과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트럼프는 당시 “‘큰 나라의 대통령’ 중 한 명이 ‘우리가 돈(방위비)을 내지 않고 러시아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우리를 보호해 주겠느냐’고 물었다”며 “당시 나는 ‘당신은 돈을 내지 않은 체납자’라고 한 뒤, ‘아니오. 그런 일이 있었다면 나는 당신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어 “나는 저들(러시아)이 원하는대로 하라고 권할 테니 돈을 내라고 했다”며 “그랬더니 결국 돈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사실상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증액하겠다는 약속을 불이행하는 나토 동맹국에게 “러시아에게 뭐든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부추기겠다”고 협박해 방위비를 받아냈다는 의미다. 트럼프의 이같은 발언에 지지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나토 회원국이 안보와 관련 미국에 ‘무임승차’한다고 압박하며 갈등을 빚었다. 특히 이날 발언은 단순한 무임승차론에서 더 나아가 핵심 동맹국이라도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으면 러시아의 침공을 부추기겠다는 의미까지 담고 있다. 이는 미국을 포함한 나토 회원국이 침공을 받을 경우 전체 회원국이 공동 대응한다는 나토의 집단안보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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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이던 2019년 12월 영국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모습. 트럼프는 재임 기간 나토가 안보와 관련해 미국에 '무임승차' 하고 있다며, 유럽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을 강하게 압박하며 갈등을 빚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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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돌발 발언에 유럽은 비상에 걸렸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즉각 성명을 내고 “동맹이 서로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는 미국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안보를 훼손하고 미국과 유럽의 군인을 위험하게 한다”며 “나토를 향한 모든 공격엔 단결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X(옛 트위터)에 “나토의 안보에 관한 무모한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뿐”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EU가 시급히 전략적 자율성을 더 발전시키고 국방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 다시 한번 부각됐다”고 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12일 관련 질문에 "나토는 '단품 메뉴' 군사 동맹일 수 없고, 미국 대통령 기분에 따라 작동하는 군사 동맹일 수 없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를 강하게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 상대인 트럼프는 자신이 다시 집권하고 러시아가 나토 동맹들을 공격하면 동맹들을 버리고 러시아가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모조리 하도록’ 두겠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폴란드와 발트해 국가들도 공격해도 된다는 청신호로 끔찍하고 위험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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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독일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도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0일 과거 나토 동맹국들이 돈을 내지 않는다면 미국이 어떻게 할지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고 회상하며, 나는 "돕지 않을 것이고, 그들(러시아)이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부추기겠다"고 답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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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슬프게도 이런 발언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로 돌아가는 첫날 자신이 찬양하는 독재자들처럼 독재하겠다고 공약한 남자에게서 예측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1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공화당의 대선 경선 주자였던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현지 언론에 "이것이 내가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오랫동안 말해왔던 이유"라고 했다. 랜드 폴 상원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어리석은 말"이라고 했고, 친트럼프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 말을 한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와 경쟁하는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도 CBS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정적을 살해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돕는 것”이라며 “폭력배의 편을 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재임 기간 트럼프는 나토는 물론 한국을 향해서도 천문학적인 규모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 미국의 주류 언론들도 트럼프의 이날 발언을 한반도 상황과 연관시킨 보도를 내놨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지 않으면 주한미군 철수가 우선순위 의제가 될 것이라는 트럼프의 발언을 제시하며 “트럼프 재집권 시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더는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는 이어 “역사는 (이런 상황이) 전쟁을 더 많이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1950년 딘 애치슨 국무장관이 한국을 제외한 (극동) ‘방위선’(애치슨 라인)을 발표한 지 5개월 뒤 북한이 (남한을) 침략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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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이던 2019년 6월 3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열린 장병 격려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는 한국을 향해 천문학적인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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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BBC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진심이 아니라 자극적인 발언으로 주목 받고 비평가들을 화나게 하고, 지지자들을 흥분시키는 전형적인 트럼프의 방식”으로 평가하면서도 “푸틴이나 시진핑이 동맹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엄청난 오산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지원 없인 자력 방어가 어려울 것이란 유럽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폴란드가 병력을 대폭 증강하며 방위에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폴란드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두 나라의 전쟁으로 인해 안보 위기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보도에 따르면 폴란드의 병력 규모는 약 10년 전 9만5000명에서 현재 정규 현역 14만8000명과 국토방위군 3만8000명을 포함한 20만 명으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폴란드는 나아가 병력을 유럽의 나토 회원국 중 최대 규모인 30만 명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올해 폴란드의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의 3%를 크게 웃돌 것이란 예상이다. 나토 회원국들은 통상 GDP의 2% 미만을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다.

군사력 증강 이유와 관련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전 폴란드 국방장관은 더타임스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폴란드 공격을 단념할 수준의 억지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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