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자 이어 제1당 소속…6년간 외교·안보·국방 중책
친유럽 성향…중립노선 벗어나 나토 내 새 역할 예상
나토장교 본토 영구주둔 등 핀란드 군사역할 확대 추진
핀란드 제 13대 대통령 알렉산데르 스투브 |
(런던·서울=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유한주 기자 = 핀란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후 첫 대통령으로 중도우파 성향의 알렉산데르 스투브(55) 전 총리가 당선됐다.
AFP 통신 등은 11일(현지시간) 핀란드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제1당 국민연합당 후보인 알렉산데르 스투브 전 총리가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핀란드 공영방송 YLE는 이날 개표가 거의 끝나가는 단계에서 스투브 전 총리가 51.4% 득표율로 하비스토 의원(득표율 48.6%)을 간발의 차로 누르고 승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발표했다.
스투브 대통령 당선인은 사울리 니니스퇴(국민연합당) 현 대통령의 후임자로서 다음 달 취임한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2012년 시작한 2차례 임기를 마치게 되며 3선 금지 규정에 따라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다.
스투브 전 총리가 당선되면서 국민연합당은 1956년 이래 니니스퇴 대통령에 이어 2번째로 대통령을 배출하게 됐다.
핀란드는 이원집정부제 체제 국가로, 총리가 내정 권한을 갖고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을 책임진다. 대통령 임기는 6년이다.
외무장관을 지낸 페카 하비스토(65) 녹색당 의원은 TV 생중계 중 패배를 인정하고 스투브 전 총리에게 축하를 보냈다.
스투브 전 총리는 "내 평생 가장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4∼2015년 총리를 지낸 뒤 세계 최대의 국제 공공은행인 유럽투자은행(EIB) 부총재, 유럽대학연구소(EUI) 교수직을 거쳐 이번에 정계로 복귀했다.
중도우파로 분류되는 국민연합당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제1당을 차지한 뒤 극우 핀란드인당 등과 함께 우파 연립정부를 꾸렸다.
핀란드 대선 결선 후보들 |
이번 대선은 작년 4월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한 후 대외관계의 새 판을 짜는 과정을 주도할 지도자를 선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핀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오랜 중립노선을 폐기하고 나토에 합류하며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는 달라진 외교 환경에서 가장 큰 위협으로 꼽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스투브 전 총리의 당선을 계기로 핀란드가 나토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스투브와 하비스토는 모두 친유럽 성향으로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지한다.
니니스퇴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긴밀한 관계로 '푸틴과 속삭이는 사람'(Putin Whisperer)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과 대비된다.
특히 스투브 당선인은 나토에서 핀란드의 군사적 역할을 강화하는 것과 관련해 하비스토 의원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한 바 있다.
그는 나토 장교 일부를 핀란드에 영구적으로 주둔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울러 핀란드를 거쳐 핵무기를 수송하거나 나토군이 영구 주둔하는 데 찬성하는 등 나토와의 협력 강화를 지지했다.
반면 하비스토 후보는 핀란드 내 핵무기 진입을 계속 금지해야 하고 나토군 영구 주둔까지는 필요 없다는 입장이었다.
핀란드 헬싱키 대학 소속 정치 분석가 제니 카리마키는 "핀란드가 어떤 종류의 나토 국가가 될 것인지 현재로선 미지수"라며 "새로운 대통령이 이 사안과 관련해 많은 발언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헬싱키 대학 소속 정치학 연구원 테오도라 헬리마키는 스투브 당선인이 "새로운 종류의 정치인이 될 것"이라며 "특히 표현 방식 등에 있어서 좀 더 국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결선투표는 지난달 28일 치러진 대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치러졌다.
당시 스투브의 득표율은 27.2%, 하비스토의 득표율은 25.8%였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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