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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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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악마와의 거래' 할까…4년 전엔 위성정당에 뒤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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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6일 준(準)연동형 비례제 유지와 ‘준위성정당 창당’을 공식 선언한 가운데, 녹색정의당(이하 ‘정의당’)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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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과정 중 한 TV토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논쟁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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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원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선거법 개정을 원하는 정의당의 이해가 맞물리며 도입됐다. 지역구 당선자가 적은 정당에 비례대표 의석을 더 주는 준연동형제 도입으로 정의당은 더 많은 의석을 기대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돌연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정의당은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정의당이 얻은 정당 득표율은 9.67%였지만, 의석은 300석 가운데 5%인 6석(지역구 1석·비례대표 5석)에 그쳤다. 위성정당이 출현하지 않았다면 정의당 의석수는 15석까지 늘어날 수도 있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2월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민주당이 협조를 받아놓고는 위성정당을 만들어 정의당을 뒤통수치고 배신했다”고 지적했다.



①간절한 의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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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민주당이 선거제 관련 의원총회를 진행하던 중, 녹색정의당이 병립형 회귀 반대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다. 김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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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는 그대로라지만, 정의당의 셈법은 최근 들어 더 복잡해졌다. 바닥까지 내려앉은 지지율 때문이다. 리얼미터·에너지경제의 ARS조사(1~2일)에서 정의당의 지지율은 1.3%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의 무선전화면접 조사(지난달 31일~1일)에서도 정의당 지지율은 1%였다. (※자세한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정의당 일각에서는 “준위성정당에 참여하는 것이 낮은 당 지지율을 극복하는 방법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의당 관계자는 “심상정·여영국·배진교를 제외하면 가능성 있는 지역구 후보도 없어 비례 의석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군소정당 중에는 우리가 제일 덩치가 커서 참여하게 되면 민주당도 명분이 설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정당을 강하게 반대했던 심상정 의원도 6일 SNS를 통해 “이재명 대표의 준위성정당은 결국 준연동형 취지를 어떻게 살려 나갈 지를 기준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②‘정치개혁’ 명분 퇴색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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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시민당 이종걸 상임선대위원장이 2020년 4월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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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정의당이 선뜻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할 수 없는 건 그간 ‘비례정당’ 자체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4년 전 심상정 당시 상임선대위원장은 총선을 29일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열어 민주당의 비례정당에 대해 “결국 양당정치 틀 안에 소수정당이 포섭된 사실상 위성정당”이라고 성토했다.

당에는 지금도 이런 인식이 많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8일 SNS를 통해 “위성정당 참여는 정치개혁을 스스로 배반하는 길”이라며 “정의당은 독자적 정당으로서 위성정당 심판의 깃발을 높이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출신의 한 보좌관도 “정의당이 위성정당 참여라는 ‘악마와의 거래’를 하려고 하면, 내부에서부터 둘로 쪼개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③민주당 2중대 아닌 5중대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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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국회에서 열린 녹색정의당 입당 환영 기자회견에서 인재영입 1호인 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가운데)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준우, 오른쪽은 김찬휘 공동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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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은 이미 녹색당과 총선용 연합정당을 만들어 당명도 녹색정의당으로 바꿨다. 비례의원의 임기를 2년씩 쪼개는 ‘2년 순환제’도 의결했다. 만약 정의당이 민주당이 주도하는 준위성정당에 참여할 경우, 이런 의결부터 번복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또 녹색당과 정의당이 각각의 정당으로 참여하게 될지, 하나의 정당으로 참여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한 야권 관계자는 “위성정당에 참여하게 되면 녹색당, 진보당, 용혜인 신당 등 모두가 경쟁 상대”라며 “자칫하면 민주당 2중대가 아닌 5중대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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