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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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을 향해 "나토가 국방비를 안내면 러시아가 맘대로 하게 격려할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대선 후보 경선 유세에서 나토 회의 중 동맹국 정상과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 큰 나라의 대통령들(presidents) 중 한 명이 일어나서 '만약 우리가 돈을 내지 않고 러시아의 공격을 받으면 당신은 우리를 보호해 주겠느냐'고 하자 나는 '당신은 돈 내지 않았으니 채무불이행이 아니냐'고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니다. 난 당신네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모조리 하라고 격려할 것이다. 당신네는 당신네가 갚아야 할 대금을 지불해야 한다"라고 당시 자신의 발언을 과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집권 1기 때 그가 보여준 미국 우선주의 대외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한다. 특히 상대국이 미국의 국방력에 무임으로 승차한다는 재임기 주장을 넘어 적대적 국가의 무력사용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수위가 한층 높아진 것으로 관측되기도 한다.
백악관은 러시아에 공격을 격려할 수 있다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즉각 비판했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성명에서 "사람을 죽이려 드는 정권이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을 침략하도록 장려하는 것은 끔찍하고 정신 나간 일이며, 미국의 안보, 세계 안정, 미국의 국내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을 촉구하고 혼란을 조장하기보다는 계속해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국가 안보 이익을 옹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에서도 타국에 대한 미국의 원조를 크게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문자로만 구성된 문장으로 "공짜가 아닌 대출 형태가 아닌 이상 어떤 나라에도 대외 원조 자금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나토는 회원국 중 한 나라가 공격받으면 이를 회원국 전체에 대한 침공으로 간주해 대응하는 집단안보 체제를 조직 운영의 근간으로 삼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기에 이 같은 미국의 대응 의무를 담은 나토 조약 5조에 대한 약속을 공언하지 않아 나토를 약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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