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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스프] 제이지가 올해 그래미 시상대에서 삐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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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저격] (글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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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미 트로피에 술을 따르는 제이지의 모습 / 출처 : 피플(PEOPLE) X 계정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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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로스앤젤레스 크립토 아레나에서 열린 제66회 그래미 어워드. 힙합 뮤지션 제이지가 시상대에 섰다. 지난해부터 특별상의 하나로 신설된 ‘닥터 드레 글로벌 임팩트 어워드’의 수상자 자격으로. 의례적이건, 진심이건 수상자는 소감을 통해 영광과 감사를 전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제이지의 소감은 달랐다.

자신의 아내 비욘세가 그래미의 가장 큰 상 중 하나인 올해의 앨범 상을 받은 적이 없다며 그래미의 보수성을 꼬집었다. “여러분 중 일부는 상을 강탈당했다고 느끼실 겁니다. 실제로 강탈당한 분들도 있겠죠. 아예 후보에도 들지 못한 분들도 있을 거예요.”라는 멘트가 핵심이었다. 적어도 수상소감으로는 논란이 될 만했지만 제이지를 비난하는 여론은 적다.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는데 뒤쳐지고, 특정 장르(주로 힙합과 블랙 뮤직)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그만큼 컸다는 증거다.

그래미의 하이라이트는 제네럴 필드다.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음반, 올해의 노래, 올해의 신인이 핵심이다. 올해의 프로듀서, 올해의 송라이터가 이번 시상식부터 추가됐다. 놀라운 건, 프로듀서와 송라이터를 제외한 나머지 ‘빅4’의 후보자가 대부분 여성 뮤지션의 작품들이었다는 것이다. 노래와 앨범,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존 바티스트와 신인 후보인 프레드 어게인, 코코 존스 등을 제외하면 전부 여성 뮤지션들이었다. 당연히 수상도 그들의 몫이었다. 반면 2023년 상업적으로 최고의 성과를 낸 모건 월렌은 주요 부문의 후보에도 들지 못했다. 그가 보수적 백인 남성을 상징하는 컨트리에 기반을 둔 음악을 하고 있으며, 인종차별을 비롯한 보수적 언행으로 비판을 받았다는 사실이 그를 배제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생겼다. 대중문화계 전반의 흐름에 PC가 주요 키워드로 자리 잡은 걸 보여주는 것일까. 그렇게만 해석하기엔 문제가 좀 복잡하다. 그래미의 권위는 대중을 상대로 하는 인기투표가 아닌 음악계 종사자들 중 자격 요건을 갖춘 약 1만 5천 명의 투표인단을 상대로 한 해의 음악적 성과를 묻고 집계한다는 명분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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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테일러 스위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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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팝계의 키워드 하나는 컨트리를 기반으로 대안 우파, 혹은 빈곤층 백인 남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는 것이다. ‘Rich Men North of Richmond’로 벼락 스타가 된 일용직 노동자 올리버 앤서니가 대표적이다. 이 노래는 빈곤층 백인의 절망 그 자체를 대변하지만 미디어는 그를 새로운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길 꺼려했다. 메시지와 다르게 그의 음악이 컨트리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컨트리가 그래미가 사랑하는 장르의 하나였음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테일러 스위프트가 올해의 신인 후보에 올랐던 2008년에 그녀는 컨트리 뮤지션으로 분류됐었다. 모건 월랜의 3집 <One Thing at a Time>은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17주간 1위를 달성했으며, 연말 차트에서도 1위에 올랐다. 몇 년 전 <미스터 트롯>의 인기에 힘입어 기성세대들이 스밍총공과 조공을 배웠듯, 최근 미국에서 컨트리의 부활은 기성세대가 음반뿐 아니라 스트리밍과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에 익숙해졌다는 증거이자 젊은 세대들 또한 컨트리에 귀를 열고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따라서 모건 월랜을 비롯한 컨트리 뮤지션들이 제네럴 필드 후보에도 들지 못한 건 역차별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그래미를 둘러싼 논란은 오히려 역차별이 아닌 차별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제이지가 말했듯 2000년대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뮤지션인 비욘세는 단 한 번도 제네럴 필드의 트로피를 가져가지 못했다. 2010년대의 대표적 명반인 칸예 웨스트의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켄드릭 라마의 <To Pimp A Butterfly>는 제네럴 필드 후보에 오르지조차 못했다. 그때마다 그래미의 보수성은 논란에 올랐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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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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