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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북한, 남북 경협 법적 근거도 지웠다…경제협력법·금광산특구법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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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인민회의 전원회의서 경협 합의서 등 폐지

남북 합의를 법적 절차로 공식 폐기한 것은 이례적

통일부 “남북 경협 중단 상태…예정된 조치 없어”

“일방 선언만으로 합의서 효력 폐지되진 않아”

경향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연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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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된 법안과 남북 간 경협 관련 합의서를 일방적으로 폐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특수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북한이 남북 합의 백지화 가능성을 언급하거나 무효화를 선언한 적은 많지만 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정식으로 폐기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 공식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7일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30차 전원회의에서 “상임위원회 정령《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북남경제협력법,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과 그 시행규정들, 북남경제협력관련합의서들을 폐지함에 대하여》를 전원일치로 채택하였다”고 8일 보도했다.

북남경제협력법은 남북 경협에 대한 일종의 기본법이다. 관세와 결제방식, 사업 방법 등 경협 절차와 적용 대상이 담겨있다.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은 한국이나 외국의 기업 혹은 개인이 금강산 지구에 투자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경협 관련 합의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밝히지 않았다.

이번 조치는 북한이 남북 관계를 기존의 특수 관계가 아니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것에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전쟁 중인 두 교전국가 관계’로 새롭게 규정했다. 이후 남북 간 교류 협력 전담 기구인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 등을 폐지한 데 이어 이번엔 법안 폐기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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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0월3일 금강산 관광 남북 당국간회담의 남측 조명균 수석대표(오른쪽)가 금강산 지역 금강원에서 열린 만찬에서 김택룡 북측대표단장과 함께 건배하는 모습. 금강산/통일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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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통화에서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이후 오랜 기간 쌓아온 최소한의 남북 간 신뢰관계에 기초해서 이 같은 법률적 토대가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제는 북한이 이 모든 것을 부인하고 폐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에 경제협력 관련한 법 등을 언급한 의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 아무리 남북 관계 재설정을 공언했어도 선대부터 내려오는 남북 간 모든 합의를 한 번에 폐기하는 것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협이 남측의 일방적인 시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도 있다. 관세·임금 등 북한이 특수 관계를 기반으로 남측 기업에 혜택을 제공해왔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취지라는 것이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경제 분야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차원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번 조치가 예견된 조치였다며 당장 한국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일방적 폐지 선언만으로 합의서 효력이 폐지된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현재 남북 간 경협이 진행되는 상황이 아니다. 정부가 당장 취하기로 예정된 조치는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법적인 토대를 폐기했어도 앞으로 남북 경협의 가능성까지 원천 차단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은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다가도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실리 외교로 돌아서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앞으로 틀림없이 한국과 다시 교류·협력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본다. 그때는 남북을 두 국가로 두고 북한의 해외 투자 관련 법률 등을 활용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워낙 간단하게 법을 만들 수 있다. 어디까지나 지도자의 의지 문제”라고 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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