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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공매도 전면 금지

[기고]공매도 전산화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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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서울경제



공매도에 대한 투자자의 제도 개선 요구가 매섭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대규모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되면서 이 같은 행위가 주식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하고 시장 신뢰를 실추시킨다는 비판이 거세다. 5만 명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국회의 국민 동의 청원도 이미 4개나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국회의원도 여야를 막론하고 불법 공매도 근절을 위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 정부도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한 공매도 제도 개선에 분주하다. 지난해 11월 6일 국내 주식시장 전체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전격적으로 금지한 데 이어 같은 달 16일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 ‘무차입 공매도 사전 방지’ 등 불법 공매도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 방향 초안을 발표했다.

공매도 제도 개선 논의 가운데 가장 해묵은 과제는 공매도 전산화다. 전산화된 시스템의 장점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그 범위와 실현 가능성,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이해 관계자마다 의견이 다르다. 혹자는 공매도의 선행 조건인 대차거래를 전산화하면 불법 공매도를 완전히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반대로 시스템 표준화의 기술적 한계, 플랫폼 일원화에 따른 독과점 문제 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이 투자자의 잔액과 매매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매도 가능 잔액을 초과하는 주문을 차단하는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이에 대해서는 기관·외국인투자가의 매매·결제 구조상 제3자가 이를 실시간으로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어렵고 경제적이지도 않다는 반박이 있다. 실제로 사후 적발·제재 체제를 가진 나라는 있지만 사전 차단·적발 체제를 가진 국가는 없다.

무차입 불법 공매도를 차단하기 위한 현실적인 전산화 방안은 없을까.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현재의 공매도 업무 프로세스 가운데 합리적인 비용으로 전산화가 가능한 영역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기관→증권사→한국거래소’로 이어지는 공매도 매매 주문 과정 자체는 모두 전산화돼 있다.

문제는 기관·외국인의 보유 주식, 차입 주식, 대여 주식, 권리 주식을 모두 아우르는 내부 매도 가능 잔액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투자자 자신만 본인의 매도 가능 잔액을 가장 정확히 알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공매도 전산화는 투자자가 자체적으로 잔액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선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내부 시스템 구축 대상 기관을 명확히 설정하고 무차입 공매도 예방을 위한 투자자 내부 통제 기준 마련을 의무화할 필요도 있다. 지난해 11월 16일 정부가 발표한 기관 내부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의무화는 그 첫 단추를 잘 끼운 격이다.

현재 금융감독원과 거래소가 공동으로 전문가들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기관 내 공매도 전산화는 물론 다음 단계 개선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공매도는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시장 가격 발견 기능을 제고하고 롱·쇼트(매수·공매도) 거래 등 다양한 투자 전략을 활용하게 하는 등의 순기능을 갖는다. 공매도 전산화가 한국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대로 작동하기를 기대해 본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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