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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시장에 한 획을 그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 승인 이후 시장의 시선은 이제 이더리움 현물 ETF의 출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마저 전통 금융기관들의 실물자산 거래가 가능해진다면 이들이 운용하는 막대한 자금의 뒷받침으로 크립토들은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직후 시장의 관심이 쏠린 곳은 이더리움을 비롯한 이더 계열의 가상자산들이었다. 승인 소식이 들린 당일인 지난 1월 10일 업비트 기준 이더리움은 10% 이상 뛰었고, 이더리움 클래식과 이더리움 레이어2 프로젝트인 아비트럼은 각각 30%와 22% 이상 급등했다.
블랙록의 시선은 이미 이더리움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사실상 주도한 블랙록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이 나자마자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한 불을 서서히 지피고 있다.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CNBC에 출연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과 관련한 인터뷰에서 “새로운 금융 세계를 향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한 뒤, “이더리움 ETF를 보유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주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 (금융자산의) 토큰화의 과정일 뿐”이라고도 했다. 블랙록은 지난해 11월 SEC에 이더리움 현물 ETF ‘ISHARES ETHEREUM TRUST’에 대한 증권신고서(S-1)를 제출했다. 피델리티, 반에크, 아크인베스트-21셰어스 등 다수의 미국 금융기관들도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 승인을 신청해놓고 있다.
블랙록 CEO의 이 같은 언급은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시장에서는 블랙록이 이더리움 현물 ETF를 타깃으로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만일 블랙록이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에도 비트코인처럼 고삐를 죈다면 시장에서는 승인 여부는 시간문제라는 분위기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가 한 방송에 출연해 대담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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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언제’의 문제인데, 현재 SEC에 제출된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 신청서들의 최종 검토 기한 중 가장 빠른 날짜는 오는 5월 23일이다. 그래서 5월 승인에 시장의 촉각이 곤두서 있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SEC가 여전히 크립토 시장에 부정적인 자세가 강하고, 이더리움도 SEC의 가상자산 단죄의 기준인 ‘증권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SEC가 이더리움을 상품이 아닌 증권으로 계속 본다면 이더리움 현물 ETF의 승인 여부는 상당 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7월 미 연방법원이 리플에 대해 “기관 판매는 증권법 위반이지만, 가상자산 거래소 등에서 일어나는 개인 간 거래는 증권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약식판결을 하면서, SEC가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를 두고 벌이는 논란에서 입지가 다소 좁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상황은 모르는 상태다. 관련 소송이 본안 소송까지 가고 항소까지 제기된다면 2027년께나 돼야 최종 결론이 나올 수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경우 2013년부터 SEC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해 10년 만에 승인을 얻어냈다.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조글루 JP모건 애널리스트는 “SEC가 이더리움을 상품으로 분류할 확률은 50% 이하”라고 내다봤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과정을 지켜봐온 크립토 시장 참여자들도 SEC가 시장의 희망대로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한 승인을 단기간에 내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암호화폐 온체인 분석 플랫폼 샌티멘트가 지난 1월 12일 공식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52%가 ETH 현물 ETF 승인 시기를 올 연말께로 대답했다. 26.5%는 최소 2025년은 돼야 승인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답했다.
ETF 승인 후 약세 보이는 비트코인
지난 1월 10일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 기준 전고점 6600만원 선에서 10% 정도 하락한 수준에서 거래가 형성되고 있는데, ‘급락’했다고 보기에는 다소 애매한 구석이 있다. 지난해 저점인 2000만원대와 비교하면 그래도 상당히 오른 가격에서 시세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시장 기대와 달리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 후 비트코인 가격이 맥을 못 추는 것과 관련해 먼저 ‘이벤트’가 끝난 반작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 호재를 노리고 들어간 단기 매물들이 쏟아지면서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전문매체인 코인데스크는 “이번에도 ‘뉴스에 팔아라’라는 격언이 맞았다”고 했다.
또 누구보다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에 열정적이었던 그레이스케일의 GBTC 물량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GBTC(비트코인 신탁)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전 비트코인을 직접 구매하기 힘든 기관 투자자들을 위해 그레이스케일이 자체적으로 만든 상품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으로 GBTC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 ETF로 전환 중인데, 그 과정에서 물량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ETF 운용 수수료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JP모건은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현물 ETF 운용 수수료는 동종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기관 투자자들이 더 저렴한 관련 상품에 재투자하기 위해 신탁을 매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그레이스케일 GBTC에서 15억달러(약 2조원) 이상의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전해진다. JP모건은 GBTC에서 최대 100억달러(13조3500억원)가량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은 과거 이 정도의 대규모 매도 물량 압박이면 시장은 큰 변동성을 연출했지만, 현재는 별로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효과로 비트코인을 시장에서 사려는 대기 수요들이 꽤 많이 있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 돈이 몰리면 해당 ETF를 운용하는 기관들은 시장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해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그 수요가 클수록 비트코인 가격의 하방 경직성을 유지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 세이파트 블룸버그 ETF 전문 애널리스트는 “그레이스케일의 GBTC에서 유출된 자본 중 상당량이 경쟁사의 ETF로 향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 국채 수익률이 낮아지고,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낙관적인 전망도 비트코인 가격 급락을 막을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월 11일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시작된 후 첫 사흘간 9개 현물 비트코인 ETF에 유입된 자금은 19억달러(약 2조5370억원)로 집계됐다. 특히 블랙록과 피델리티가 많았는데, 특히 지난 17일 기준 블랙록 유입액이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넘었다.
레이철 아기레 블랙록 아이셰어스(iShares) 상품 책임자는 “블랙록의 BTC 현물 ETF iShares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의 자금 유입은 개인·신규 투자자 양쪽 모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전 자금 유입액이 승인 직후 닷새째에는 55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있었는데, 현 추세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지속적인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크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는 “비트코인 현물 ETF로 인해 새로운 자본의 풀이 열릴 것”이라며 “지금까지 암호화폐 세계에 들어오지 못했던 많은 이들이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헨리 로빈슨 데시멀디지털그룹 창립자는 “비트코인 ETF는 전통적인 자산 관리 분야의 접근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라며 “연기금, 보험 회사, 국부펀드, 퇴직연금, 신탁사 등에서 비트코인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미국 월가의 시장조사업체인 펀드스트랫의 창업자 톰 리는 “미국 가계자산의 1%만 암호화폐에 투자해도 관련 시장 규모는 1조5000억달러 늘어나게 된다”며 “이는 비트코인 시가총액을 크게 웃도는 규모”라고 했다.
최근 비트코인 현물 ETF로 몰려드는 자금의 성격과 관련해 한 가지 주목되는 부분은 미국 내 은퇴 계좌서 거래액의 상당액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는 비트코인의 전망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노후 대비로 쓸 자금을 변동성이 큰 상품에 넣는다는 것은 그만큼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해 낙관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 승인을 한 당일 서울 빗썸 고객센터 가상화폐 시세판에 나타난 비트코인 가격.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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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쿼크 로빈후드 최고위탁매매책임자는 한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의 20%가 은퇴 계좌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비트코인은 운용자산 기준으로 은을 제치고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원자재 ETF 자산군으로 올라섰다. 비트코인 ETF 합계 가치는 279억달러(약 37조3100억원)로, 이는 64만7000여 BTC에 해당한다.
비트코인 가격 전망은 여전히 강세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후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하락세지만 여전히 장기 전망은 낙관론이 우세하다. 대부분 시간이 걸릴지라도 1억원을 돌파하는 것은 ‘문제없다’고 내다본다.앤서니 스카라무치 미국 헤지펀드 스카이브리지 CEO는 비트코인이 내년 중후반에 17만달러(2억2500여만원)를 돌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탠다드차타드는 “2025년 말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20만달러(2억6000여만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톰 리 펀드스트랫 창업자는 “1년 내 비트코인 가격이 15만달러, 5년 내 50만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 기술적 분석가 중에는 올 상반기 2억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급진적 전망까지 내놓는다. 이들 주장의 공통점은 지금 비트코인을 구매하는 것은 ‘크게 늦은 때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비트코인 옹호론자인 베스트셀러 경제서적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난 날 5BTC를 추가 매수했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최근 BTC 하락세와 관련해 “3만8000~4만2000달러 범위에서 바닥을 찍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편 국제금융센터는 가상자산 정보제공업체 코인게코 자료를 인용해 가상자산의 합법성을 인정하는 119개국 가운데 62개국만 관련 규제를 제정한 상태라고 밝혔다. 주요 선진국 중에서도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은 가상자산 규제를 성공적으로 제정했으나, 미국, 캐나다, 영국, 이탈리아 등은 아직 포괄적인 규제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여전히 가상자산 규제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곳들이 많지만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으로 인해 관련 규제 정비 움직임이 각국별로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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