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모집 정원의 57%에 달해
"SKY 합격자 78%가 의대 합격권"
비수도권 내신 경쟁도 치열해질 듯
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분을 발표한 6일 서울의 한 의대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올해 치러지는 2025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되는 의대 입학정원 확대 규모가 예상을 웃도는 2,000명으로 확정되면서 입시 판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입시업계에서는 올해 입시부터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위에 대학 하나가 새로 생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상위권 수험생 사이에 '의대 열풍'이 한층 뜨거워질 거라는 예측과 함께, 주요대 자연계 학과에 입학하고도 의대에 도전하는 '반수생' 또한 급증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6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이날 확정된 의대 정원 증원분 2,000명은 전국 40개 의대 총정원(3,058명)의 65%, 서울대의 2025학년도 입학정원(3,497명)의 57%에 달한다. 40개 의대 평균 정원(76명)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당장 내년에 의대 26개가 새로 생기는 셈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자연계 입학정원이 약 4,800명인데 그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상위권 대학은 신입생 모집뿐 아니라 재학생을 지키는 데도 비상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대 정원 확대에 따라 주요 대학 이공계열 학과에 다니다가 의대 진학을 노리고 '반수'를 선택하는 학생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3월 캠퍼스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종로학원은 의대 정원이 2,000명 늘면 의대 합격선은 수능 국어·수학·탐구 합산 점수(300점 만점) 기준 281.4점으로 지금보다 4.5점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자연계 학과 합격자 중 의대 합격 가능권의 비율도 현재 45.4%에서 78.5%로 넓어진다는 분석도 했다.
비수도권 지역은 고교 내신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늘어난 정원을 비수도권 의대를 중심으로 집중 배정할 것"이라며 "비수도권 의대 입학 시 지역인재전형으로 60% 이상이 충원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방 의대는 그간 수시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지역인재를 선발해 왔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고교 내신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고, 내신 경쟁에서 뒤처지면 일찌감치 자퇴하는 학생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역인재전형을 노려 비수도권으로 이주하는 학생이 늘어날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공계 인재가 의대로 쏠리고 의대에 가려고 재수를 거듭하는 현상이 만연하면서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거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능 지원자 중 졸업생 비율은 31.7%로 1997년 이후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0개 국립대 의대의 2021~2023학년도 정시모집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정시 합격자 중 수능을 두 번 이상 치른 재수생 비율이 81.3%였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