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단독]만취해 차에서 잠들었는데 차가 후진해 사고났다면, 음주운전일까?[법정 에스코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신문

서울신문DB


지난해 2월 오전 4시쯤 회식이 끝난 뒤 만취한 40대 회사원 A씨는 골목길에 세워 둔 자신의 차 운전석에서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전날 밤부터 6시간 가까이 계속된 회식에서 A씨는 소주 2병 이상을 마셨습니다. A씨가 잠든 지 2시간이 훌쩍 지난 오전 6시 50분쯤 차가 10m 정도 후진해 뒤차 앞 범퍼를 들이받았습니다. A씨 차는 ‘오토 홀드’(정차 시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있지 않아도 정차 상태가 유지되는 기능) 기능이 작동되고 있었지만 A씨가 자다가 무의식중에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후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뒤차에 앉아 있던 피해자가 놀라 다가가 보니 A씨는 좌석을 뒤로 완전히 젖힌 채 잠든 상태였습니다. 창문을 두드려도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피해자가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을 때도 A씨는 깨어나지 못했고 이후 음주 상태를 측정했을 때 혈중알코올농도가 0.102%(면허 취소 수준 0.08% 이상)에 달했습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씨가 술에 취한 상태로 자동차를 운전해 후진하는 바람에 뒤차에 있던 피해자에게 약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혔다고 보고 음주운전과 치상 혐의로 A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만취한 상태에서 나도 모르게 차가 움직였다면 A씨는 처벌 대상이 될까요.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김윤희 판사는 “도로교통법상 사람의 의지나 관여 없이 자동차가 움직인 경우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사고 당시 A씨가 2시간 20분 넘게 코를 골며 잠들어 있었고, 이 시간 동안 정차 상태가 유지됐던 점과 경찰 출동 때까지도 A씨가 계속 잠든 상황 등을 고려하면 A씨가 고의성을 갖고 운전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자동차를 움직이게 할 의도 없이 다른 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가 실수로 다른 장치를 건드려 차가 움직이거나 불안정한 주차 상태 및 도로 여건 등으로 차가 움직인 경우는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도 판단 근거가 됐습니다. 검찰은 다시 법적인 판단을 받아 보겠다며 지난달 30일 항소했습니다.

박상연 기자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