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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건강메신저 메디TALK] 씹뱉·먹토·무쫄? … 다이어트에 집착하는 10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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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메신저 메디TALK ◆

매일경제

요즘 '프로아나'라는 새로운 단어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프로아나는 '찬성하다'라는 뜻의 프로(pro)와 '거식증'이라는 뜻의 아노렉시아(anorexia)를 합친 '프로아노렉시아'(pro-anorexia)의 줄임말이다. 거식증을 추구하고 섭식장애의 치료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극도로 마른 몸을 미적 대상으로 삼고 동경하며, 살을 빼기 위해 일상에서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서로 공유한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프로아나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신조어들이 생겨나고 있다. 씹고 뱉어버린다는 의미의 '씹뱉', 단식 중 식욕을 참지 못하는 경우 먹고 토한다는 의미의 '먹토', 무조건 쫄쫄 굶는다는 의미의 '무쫄' 등이 대표적이다.

의학적으로 프로아나는 날씬한 체형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는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의료계에선 '신경성 식욕부진증'이라고 부른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을 진단하려면 우선 나이, 성별을 고려했을 때 객관적으로 뚜렷하게 저체중과 확실한 에너지 섭취의 제한이 있어야 한다.

사실 신경성 식욕부진은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으로 질병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 모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질병의 초기에는, 특히 급격한 체중 감소가 발생했을 때는 심각한 신체적 이상이 동반될 수 있기 때문에 소아청소년과의 진료 또한 중요하다.

초기 영양 보충 시기에는 반복적인 검사를 하면서 단계적으로 서서히 영양 공급을 늘려나가 몸을 적응시키는 과정이 합병증 발생을 줄이는 데 필수적이다. 영양 공급은 신체를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기 때문에 영양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면 심장, 신장, 위장관, 근육, 호르몬, 피부 등 모든 장기와 그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최근에 이런 환자들이 부쩍 늘고 있어 안타깝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다이어트를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특히 단기간에 BMI가 3백분위수 미만까지 떨어졌는데도 지속적인 체중 감소를 시도하는 상황이라면 이것을 응급 상황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경우 소아청소년과에서 기본적인 신체 문제에 대한 진료를 거친 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적절한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확실한 것은 신경성 식욕부진 진단이 늦어질수록 신체적·정신적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치료도 어렵다는 것이다.

신경성 식욕부진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느낀 것은 체중 감소 노력이 적정 선을 넘어섰다면 이를 정신질환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를 혼을 내거나 설득하는 것만으로는 문제의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단순한 다이어트를 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신경성 식욕부진증의 정의에 해당될 정도로 심한 경우라면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류인혁 교수(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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