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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조선소 통근 버스 절반이 외국인” 식수로 손 씻고, 치마 입은 근로자에 ‘깜놀’ [난 누구, 여긴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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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한국인 베테랑 최근 현장 고충 들어보니

작년 국내 조선 3사 채용 해외 근로자 8600여명

“외국인, 한국어 잘 모르면서 여러 해프닝 발생”

인력 부족에 외국인 채용해야 하는 조선사도 고민

〈난 누구, 여긴 어디〉

일하는 곳은 달라도 누구나 겪어봤고 들어봤던 당신과 동료들의 이야기. 현재를 살아가는 기업인, 직장인들의 희로애락을 다룹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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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베트남 근로자가 조선업 교육훈련장에서 이산화탄소 용접훈련을 받는 모습 [한국산업인력공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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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국내 A조선사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김 씨는 최근 통근버스를 탑승할 때마다 해외에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버스 좌석에 앉아 있는 직원 중 약 절반이 외국인이기 때문이죠. 과거에도 조선사에 근무하는 외국인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통근버스 1대에 외국인이 많아야 2~3명만 볼 수 있었다고 김 씨는 회상했습니다.

또 다른 조선사인 B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이 씨는 20년 가까이 일하면서 현장에서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급증한 외국인 근로자와 자주 마주치면서 일어난 현상인 것이죠. 작업 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건 위험하지만 외국인 근로자와 대화하기 위해선 번역 앱(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조선사에 일하고 있는 한국인 근로자들은 최근 김 씨, 이 씨와 같은 경험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수주 물량은 늘어나는데 내국인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사들이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적으로 뽑고 있기 때문이죠.

국내 조선 3사(HD현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는 지난해 총 860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뽑았습니다. 이 중에서 HD현대 조선 계열사가 채용한 외국인 근로자는 5400여명에 달합니다.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이 뽑은 외국인 근로자는 각각 약 900명, 2300명입니다.

1년에 8000명이 넘는 외국인 인력이 조선소에 유입되자 최근 생산 현장에서는 과거에 없었던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주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어를 잘 알지 못해 일어나는 해프닝입니다.

대표적으로 A조선사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식수대에서 손을 씻으면서 한국인 직원들과 시비가 붙을 뻔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식수대’ 안내판을 읽지 못해 식수대를 수돗가로 착각한 것이죠. 이에 한국인 직원들이 “식사 예절이 없다”고 말하면서 일이 커진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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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사 제공 및 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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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과정에서 외국인 근로자와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건 한국인 직원들이 겪는 공통적인 고충입니다. 이 씨는 “회사는 해결책으로 통역사를 배치하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문제점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문화적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해프닝도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자국 전통 의상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문제이죠. 김 씨는 “일부 남자 외국인 근로자들이 긴 치마를 연상케 하는 의상을 입고 다니는 모습에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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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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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직원과 외국인 근로자 사이에 항상 갈등이 있는 건 아닙니다. 김 씨는 “일부 외국인 근로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조선소 업무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한국인 직원들도 동기부여를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외국인 근로자들이 계속 늘어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한국인 근로자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 씨는 “최근 업무 강도에 비해 임금이 적다고 불만을 표시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한국인 근로자들의 걱정에도 조선사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계속 채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국내 인력들은 강도 높은 근무 환경으로 인해 조선소 취직을 꺼리는 것이 이유이죠. 당장 HD현대는 최근 증권사와의 간담회에서 올해 조선 분야에서 300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뽑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외국인 인력 채용 규모는 약 200명입니다. 한화오션은 “아직 채용 규모를 정하진 못했지만, 올해도 외국인 인력을 채용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인력이 대규모로 유입되는 건 조선사로서 유례없는 일인 만큼 시행착오는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당장은 한국인, 외국인 근로자가 같이 일하면서 겪는 불편함을 조선사가 빨리 파악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습니다.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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