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인덱스, 작년 12월 이후 첫 104선 돌파
美 고용지표 호조세 지속에 국채금리도 급등
금리 인하 기대 후퇴 vs 기술주 중심 위험 선호 심리
외국인 투자자, 이달 들어 코스피서 3조 가까이 순매수
뉴욕증권거래소(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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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물가 상승 없이 경제 호조)’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미 달러화가 재평가 국면에 들어갈 조짐이다.
달러인덱스는 작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104선을 돌파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 강세에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인공지능(AI) 등 기술주 실적 호조 속에 뉴욕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커진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매수는 환율의 하락을 지지할 전망이다.
꺾이지 않는 美 고용…둔화하는 물가상승세
미국의 경제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시장참가자들의 금리 인하 기대는 후퇴하고 있다.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이에 달러인덱스가 상승했다.
핵심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의주시하는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였다는 점이다. 1월 미국의 비농업 취업자 수는 35만3000명이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 18만명을 큰 폭으로 웃도는 수치다. 두 달 연속 30만명 이상의 취업자 수가 증가했다.
연준의 고금리 정책에도 경제가 타격을 크게 받지 않고 있는 데다 개인소비지출(PCE) 기준 근원물가가 작년 12월 전년동월비 2.9% 상승하는 등 물가 둔화세가 나타나고 있다. 시간당 평균임금도 전월비 0.6% 올라 예상치(0.3%)를 두 배 웃돌았으나 임금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2차 효과’가 재발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는 “1990년대 이후 가장 좋은 상태에 있다”며 “경제 성장을 원하는 곳은 뜨겁고 인플레이션이 냉각되기를 바라는 곳에선 냉각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미 국채 금리는 2일(현지시간) 급등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기자회견에서 3월 금리 인하 기대를 일축했음에도 하락하며 금리 인하 기대에 무게를 실었던 국채 시장이 미 고용지표에 화들짝 놀란 모습이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14bp 급등한 4.02%를 보였다. 통화정책에 영향을 받는 2년물 금리도 16bp 상승한 4.36% 올랐다. 이에 달러인덱스는 2일(현지시간) 104.04까지 오르며 작년 12월 12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의 국내총생산(GDP) 나우(NOW)에 따르면 1분기 미 경제성장률은 4.2%로 추정된다. 미시건대가 발표한 1월 소비자신뢰지수가 79.0으로 예상치(78.9) 뿐 아니라 전월(69.7) 수치를 앞질렀다. 반면 1년 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작년 12월 3.1%에서 올 1월 2.9%로 낮아졌다.
원·달러 환율 추이(출처:마켓포인트) |
◇ 中 지표 악화시 ‘부양책’ 나올까…외국인 증시 순매수+명절 앞 네고
미 골디락스 재평가가 시장에 반영될 경우 달러 강세에 원·달러 환율은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주 나올 미 지표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6일엔 미국 1월 ISM비제조업지수가 발표된다. 52.2로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전달(50.6)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다. 1월 ISM제조업지수가 49.1로 1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호조세를 보였던 만큼 비제조업 지수 역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같은 날 유럽의 작년 12월 소매판매와 유럽중앙은행(ECB)의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공개된다. 유럽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다면 유로화 약세, 달러 강세 재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도 우리나라에는 주요 변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일(현지시간) 공개한 2023년 중국 연례협의를 통해 생산성 약화, 인구 고령화를 근거로 2025~2027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5일 중국은 1월 차이신 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공개한다. 시장 예상치는 53.0으로 전달(52.9)보다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8일엔 중국의 1월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발표된다. 둘 다 마이너스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큰 상황이라 위안화 약세를 되돌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중국 경제지표가 악화 될수록 당국에선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경제지표 악화가 반드시 위안화 약세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환율의 하방 요인도 잔존한다. 미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했음에도 뉴욕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 행보를 보이며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35%,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 지수 각각 1.07%, 1.74%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등을 중심으로 한 기술주들이 실적 호조를 보이면서 증시에선 골디락스 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에 힘입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순매수한다면 달러 강세를 상쇄할 가능성도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1~2일, 단 이틀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만 3조원 가까이 순매수세를 보였다. 이에 2일 코스피, 코스닥 지수는 2%대 급등했다. 외국인들의 적극적인 국내 증시 매수에 환율도 지난 1~2일 12원 가량 하락한 1322.6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증시 순매수, 역외 달러 매도 속에 연휴를 앞두고 수출업체의 네고물량(달러 매도)이 출회될 가능성도 있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환율이 1300~133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설 명절을 앞두고 네고물량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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