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오늘의 외교 소식

외교부, 러 대사 초치…“편향” “무지” 한-러 거친 설전, 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을 하는 모습. 러시아 외교부 누리집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한 북한 관련 발언을 두고 한국과 러시아 외교부가 격한 표현까지 동원해 정면 충돌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 북-러가 급속도로 밀착하면서, 한-러 관계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외교부는 3일 오전 출입기자단에게 배포한 문자메시지에서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이 윤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전날 내놓은 논평을 두고 “일국의 외교부 대변인 발언으로는 수준 이하로 무례하고 무지하며 편향돼 있다”고 비난했다.



또 외교부는 “(자하로바 대변인의) 발언은 북한의 위협적인 수사와 지속적인 무력 도발이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명백하고도 객관적인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규범을 성실하게 준수하는 국가의 기준에 비춰 볼 때 혐오스러운 궤변”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러시아의 지도자가 명백한 국제법 위반 행위인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군사작전’이라고 지칭하는 것이야말로 국제사회를 호도하려는 억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는 이날 오후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 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했다. 외교부는 정병원 차관보가 “러시아가 진실을 외면한 채 무조건적으로 북한을 감싸면서 일국 정상의 발언을 심히 무례한 언어로 비난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우며, 한-러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한국 정부 입장을 듣고 이를 러시아 정부에 즉시 보고하겠다고 했다는 점도 외교부는 전했다.



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57차 중앙통합방위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자하로바 대변인은 1일 북한의 ‘핵 선제 사용 법제화’를 비판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노골적인 편향”이라며 “북한을 겨냥한 공격 계획을 모호하게 만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57차 중앙통합방위회의’를 주재하고, “북한 정권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한 비이성적 집단”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한반도에서 지속적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주요 원인은 미국과 한국·일본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무모한 정책 탓”이라며 “한국은 핵 항공모함을 포함한 미국의 전략무기 (한반도) 전개를 전폭 지원하고 있으며,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는 훈련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근시안적 접근이 도발적 언사로 이어진다”며, 윤 대통령이 지난해 현충일 추념식에서 “한미동맹은 이제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됐다”고 한 발언을 사례로 지목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핵 기반 동맹’ 같은) 주장을 실행에 옮겨야 할 상황이 됐을 때, 자국이 그저 미국이 벌이는 지정학적 게임에서 자그마한 협상수단(바기닝칩)에 불과하다는 점을 이해하고나 있느냐”고 꼬집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기획] 누구나 한번은 1인가구가 된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