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은 여의도 벗어나 당산역 인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양빌딩 10층에 마련된 새로운미래 당사. 김형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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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도한 신당 새로운미래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맞은편에 위치한 한양빌딩에 입주했다. 이곳은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선거 캠프를 차려 정권 교체에 성공한 자리다. 새로운미래는 DJ가 당사로 사용했던 1004호도 물려받았다. ‘정치 명당’에서 도약을 꿈꾸는 셈이다.
#.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은 여의도를 벗어나 영등포구 당산 SK V1센터에 사무실을 차렸다. '여의도 당사'라는 상징성 대신 낮은 임대료를 택했다. 서울지하철 2·9호선 환승역인 당산역과 인접해 당직자와 당원들의 대중교통 접근성도 높였다. 철저하게 비용 절감과 이동 편의, 소통에 방점을 찍은 '실리형 당사'라는 게 개혁신당 측 설명이다.
당사(黨舍)는 선거를 준비하는 사령탑이자 보금자리다. 당을 새로 만들면서 우선적으로 고민하는 문제다. 당사의 위치에는 신당이 지향하는 가치가 담겨 있다. '명당파'와 '실리파'로 나뉘어 저마다 승리를 자신하는 신당의 당사를 살펴봤다.
DJ 썼던 한양빌딩 1004호 입주한 이낙연
새로운미래가 입주한 한양빌딩. 김형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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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가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며 당사로 택한 한양빌딩은 2003년 민주노동당이 당사로 택해 이듬해 17대 총선에서 10석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새로운미래 관계자는 2일 "당사를 구할 때 공교롭게도 한양빌딩 10층이 비어있었다"면서 "현재 당사로 쓰고 있는 1004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사와 겹치는 공간으로 안다"고 전했다.
진보 진영에 좋은 기억을 먼저 남긴 한양빌딩엔 그 뒤로 보수정당도 입주해 두 차례 대선 승리를 거머쥐었다. 2007년 한나라당이 입주한 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배출했다. 다만 2016년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에 이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보수정당과의 자리 궁합에 물음표가 달린 상태다.
민주당 탈당파가 뭉친 미래대연합도 명당파로 꼽힌다. 이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차렸던 대산빌딩을 임시 당사로 활용하고 있다. 미래대연합 관계자는 "국회와 가까운 곳을 찾다 보니 계약한 것"이라고 말했다. 길 하나 사이를 두고 마주 보는 두 건물에 따로 둥지를 틀었던 새로운미래와 미래대연합은 최근 '개혁미래당(가칭)'으로 통합창당을 선언하며 전직 대통령들을 배출한 터를 공유하게 됐다.
명당설의 시작은 건물주들의 입주 기피?
그래픽=송정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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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빌딩, 대산빌딩과 인접한 대하빌딩도 여의도의 정치 명당으로 꼽히는 건물이다. 과거 DJ도 이곳을 선거캠프로 함께 사용한 데다 이 전 대통령의 외곽조직, 박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까지 차려졌던 곳이라 선거철마다 정치 명당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다만 정치 명당이 탄생한 건 '터가 좋아서'라기보다 정당 입주를 허락하는 국회 앞 건물주가 드물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당이 입주할 수 있는 건물이 제한적이다 보니 새로 탄생하는 정당들도 '어쩔 수 없이' 한양빌딩이나 대산빌딩 등에 입주하게 되고, 여기서 반복적으로 새 정권이 탄생하면서 명당설이 돌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국회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실제 국회 근처 빌딩을 소유한 건물주들은 대부분 정당이나 유력 정치인의 입주를 반기지 않는 편"이라며 "정당이 입주하면 시위 등으로 소란스러워 다른 입주사들의 불편이 크고, 낯선 이들의 출입이 많아 관리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은 대부분 단기 계약을 하는 데다 새벽이나 늦은 밤에도 정치인들의 왕래가 많아 (건물주들이) 관리비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받으려 한다"고 귀띔했다.
여의도 밖도 마다 않는 신진 정치세력들
이준석(오른쪽) 개혁신당 대표와 양향자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광주 광산구 송정역 앞에서 시민들에게 길거리 정책홍보를 하고 있다. 광주=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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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 인해 젊고 개혁을 지향하는 정치인들은 여의도를 벗어난 지역에 둥지를 틀기도 한다. 이 대표의 개혁신당은 물론이고 양향자 의원이 주도한 한국의희망, 금태섭 공동대표의 새로운선택도 실리형 당사를 택한 경우다.
서울지하철 5호선 마포역과 공덕역에 가까운 마포트라팰리스에 한국의희망 사무실을 냈던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국회 앞은 건물들이 낡기도 했고 너무 번잡스러워 약간 떨어져 있는 게 오히려 낫다고 생각했다"며 "임대료는 (국회 앞과) 비슷하지만 마포가 훨씬 깔끔하고 쾌적하다"고 말했다. 정치적 색채가 아닌 철저하게 접근성과 편리성을 당사 선택의 우선 기준으로 따졌다는 것이다. 양 원내대표는 "개혁신당과의 통합으로 한동안 두 당사를 오가며 총선을 준비하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새로운선택은 당사가 '명당파'와 근접한 국회 건너편 극동VIP오피스텔이지만, 여유공간 없이 상주인력만 활용할 수 있도록 꾸렸다. 당 실무를 맡고 있는 정호희 사무총장은 "상근자 20여 명이 쓰기엔 다소 비좁은 정도의 규모"라면서 "비용과 접근성, 쾌적함을 꼼꼼히 따져 계약한 사무실"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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