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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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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스민 의원 “미룰 수 없는 이민자 정의… 이미 지역사회 일원” [2024 시대정신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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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는 창간 35주년을 맞아 정·관계와 경제·산업계, 시민사회, 문화체육계 등 각계 리더 102명에게 2024년의 △시대정신 △대한민국이 맞이할 가장 큰 위협과 도전 △이에 대한 해결책을 각각 물었다. 대면·서면·전화 인터뷰를 통해 얻은 의견을 취합해 보니 A4용지 208쪽 분량에 3만6706개 단어가 담겼다. 본지 2월1일자 1, 10, 11면에 실린 기사와 별도로 각 오피니언 리더들의 의견을 소개한다.

“이민청보다 시급한 건 우리가 이민을 어떻게 볼지 입장을 정리하는 겁니다.”

지난 1일 임기를 시작한 정의당 이자스민 의원은 올해 시대정신으로 ‘공존’을 꼽았다. 정부가 인구소멸에 대한 임시방편으로 이민을 제시하며 이주노동자와 유학생 등 새롭게 유입되는 사회 구성원 간 갈등을 조율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당부다. 이 의원은 “30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땐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에 호기심이 컸다면 이주민 수가 늘어나며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식의 부정적인 인식이 늘고 있다”며 “이주민 수가 늘어나며 사람들은 당연히 새로 맞이하는 상황이 겁이 날 수 있지만, 동시에 이는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정의당 이자스민 의원. 이제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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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정의당 비례대표 1번 류호정 전 의원·5번 이은주 전 의원이 사퇴하면서 양경규 의원과 함께 의원직을 승계했다. 필리핀 출신인 이 의원은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뒤 1998년 귀화했다. 2012년 총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 영입돼 최초의 다문화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지만 재선에는 실패했다. 2016년 의원 임기를 마치고 2019년 11월 탈당해 정의당에 입당했다.

이민청 문제와 관련해서도 알맹이 있는 논의를 위해선 정부의 이민자에 대한 규정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민자는 누구인지, 함께 살아갈 정주 인구로 볼 것인지, 공존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민청 이야기를 하니 이야기가 붕 뜰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근본적 규정이 미비한 지금 상태를 두고 “지난해 6월부터 외국인과 재외동포도 주민등록인구에 포함됐는데 교부세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인구를 늘리려고 머릿수에는 포함했지만 지원을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다는 식으로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주민이 이미 엄연한 지역사회의 일원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이들이 주체적인 목소리를 낼 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 의원은 “한국은 시민단체가 많은 나라 중 하나지만 이주민 영역은 적은 데다가 이주민이 단체의 장을 맡는 경우도 드물다”며 “이런 경우 대표성이 제대로 반영됐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광주시 한 강연회에서 지역 문제를 지적한 적 있는데, 끝나고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한 이주여성이 다가와 ‘우리 지역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더라”라며 “알고 보니 그분이 그 지역의 ‘명예통장’이었는데 이주민이지만 지역민으로서 역할을 주니 자신이 이 지역의 구성원이라는 생각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근본적으로 무턱대고 이민만 받을 게 아니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외국인도 살고 싶은 나라로 만드는 일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전 세계 각국이 정보통신(IT) 관련 인재가 많이 필요한 상황인데 고숙련 인재가 유럽이나 미국을 두고 한국에 오려고 하지 않는다”며 “보수적 기업 문화와 가족결합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이 이주민에게는 장애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력을 원했지만 사람이 왔다’는 유명한 말처럼 이주민을 도구적 관점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들이 한국에서 겪을 문제를 연구해 이민정책을 펼쳐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이를 위해 범정부적 이민정책이 필요하다고 거듭 당부했다. 그는 “물론 정부 각 부처에서 각자 해야 할 일이 있지만 정부가 이민자에 대한 큰 틀의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며 “국회의원 시절 2016년 이민사회기본법을 발의했을 때 모두가 시기상조라고 했지만 저출생·고령화 사회에서 이제는 논의를 미룰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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