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선거 캠페인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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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주의를 추구하며 ‘관세맨’임을 자처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이 나라에 자동차 산업을 되돌려 놓겠다”고 했다. 중국이나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수입 자동차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미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뜻이다. 집권 1기 때보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잇따라 예고하면서 ‘트럼프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공화당의 차기 대선 후보로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나는 모든 종류의 자동차가 미국에서 생산되기를 바라며 관세 등의 수단을 써서 중국과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우리 노동자들을 고용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 다른 나라들은 멕시코에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을 짓고 무관세로 미국에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다”며 “나는 자동차 산업을 우리나라로 되돌려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대한 강력한 관세 장벽을 세우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을 비난하는 대목에서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페인 위원장을 겨냥해 “자동차 산업을 중국의 거대하고 강력한 손에 팔아넘기고 있다”며 “자동차 산업의 55%가 이미 미국을 떠났고 내가 대통령이 안 되면 나머지도 곧 떠날 것”이라고 공격했다.
앞서 페인 위원장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경선) 다음날인 24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 구도가 유력해진 시점에서 바이든에 대한 지지를 공개 선언했다. 동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사기꾼”이라며 비판했다. 지난해 11월 전미자동차노조 파업 때 현장에 참여해 파업 지지 연설을 한 바이든 대통령을 두고는 “미국 역사에서 처음으로 우리 파업에 동참해 연대한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9일 다시 페인 위원장을 향해 “페인은 미국 자동차 노조와 제조산업에 대량살상무기”라며 거칠게 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자동차 산업 보호론을 편 것은 페인 위원장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보편적 관세 부과’는 그의 오랜 지론이다. 트럼프 선거 캠프는 지난해 7월 연간 1조 달러 규모인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을 유럽ㆍ일본ㆍ멕시코ㆍ캐나다ㆍ한국 등에서 낮은 관세율로 싸게 수입되는 제품 때문이라고 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시 무역ㆍ통상 정책의 핵심축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트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달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면 모든 수입품 관세를 10%포인트 올리겠다고 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지난 주말엔 워싱턴포스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든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집권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2019년 중국을 적성국가로 분류해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었는데, 이보다 훨씬 높은 60%의 관세율을 도입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시즌2’가 현실화해 무역전쟁의 쓰나미가 다시 몰려들 경우에 대비한 해법 마련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는 30일 ‘공화당과 트럼프의 통상 분야 공약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할 경우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따라 중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decouplingㆍ공급망 분리 등 탈동조화)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경제안보에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이 경제 회복과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보편적 관세, 상호무역법 등 관세 정책을 확대하고 중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역협회는 또 트럼프 캠프가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으로 유럽ㆍ일본ㆍ멕시코ㆍ캐나다ㆍ한국 등을 지목한 만큼 한국도 보편적 관세 대상 국가에서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의 철회도 고려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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