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현역 하위 20%’ 통보 임박
당내 “상당수 비명계라는 말 나와”
與, 영입 인재 환영식 진양혜 전 KBS 아나운서, 신동욱 전 TV조선 앵커, 이레나 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하정훈 대한소아청소년 개원의사회 부회장(왼쪽부터)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인재 영입 환영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4·10총선을 72일 앞둔 29일 여야 공천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당내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날 지역구 후보 접수를 시작한 국민의힘에선 비윤(비윤석열) 현역 의원과 장관 출신들이 험지 또는 격전지로 분류되는 이른바 ‘한강벨트’(마포 용산 성동 광진 동작 등 9개 지역구) 등 수도권의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 지역구에, 이른바 ‘검수저’라 불리는 검사 출신 용산 대통령실 참모는 영남 텃밭에 출마 선언을 하면서 대비를 이뤘다. 당내에선 “윤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이유만으로 양지만 찾는 건 안 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날 후보 적합도 조사를 마감한 민주당에선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대상자 통보가 임박하면서 당내에서 “‘비명(비이재명) 찍어내기용’ 리스트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갑)과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민주당 박성준 의원(초선) 지역구인 서울 중-성동을 출마를 선언했다. 하 의원은 비윤계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서울 강남갑)은 서울 구로을 출마를 선언했다. 이곳은 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지역구이자 박영선 전 의원이 3선을 지낸 곳으로 여당의 험지로 꼽힌다.
같은 날 주진우 전 대통령법률비서관은 부산 해운대갑에 출마했다. 하 의원의 서울 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지역구다. 부장검사 출신인 주 전 비서관은 윤 대통령의 대선 초반부터 핵심 참모로 일해 ‘왕(王)비서관’으로 불린다. 여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도 이번 총선에서 최소한으로 챙겨야 할 인물이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전날 조정식 사무총장과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 등 당 공천 책임자들과 연 비공개 회의에서 하위 20% 대상자 통보 계획 등 당내 공천 현황과 선거제 당론 결정 계획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하위 20% 평가자 중 상당수가 비명계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용산참모-檢출신 양지로… 전직 장관들은 한강벨트 격전지로
與 지역구 공천 신청 본격화
하태경-이영 “서울 중-성동을 출마”
비윤-前장관 한강벨트 잇단 도전… 태영호, 野우세 구로을 신청
김은혜는 與우호 분당을 예비등록
국민의힘 지역구 공천 신청이 시작된 29일 첫날부터 여당의 경선 대진표 윤곽이 그려지고 있다. 특히 여당이 수도권 승리를 위한 핵심 승부처로 삼은 ‘한강벨트’는 텃밭 지역구를 내려놓고 더불어민주당 현역과의 대결을 선언한 비윤(비윤석열)계 현직 의원 및 전직 의원, 장관 출신들이 채우고 있다. 한강벨트는 보통 한강과 맞닿은 마포 용산 성동 광진 동작의 9개 지역구를 가리킨다. 반면 여당 텃밭인 영남 지역 등에는 검사 출신 용산 대통령실 참모인 일명 ‘검수저’ 출신이 출마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공천 접수 첫날부터 “용산 핵심 참모는 양지, 비윤은 험지” 주장이 현실화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비윤계는 주로 험지 전방에 나가 민주당과 맞붙고, 용산 참모 출신은 양지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모양새”라며 “시스템 공천이 정교하게 이뤄지지 않고 용산발 낙하산 공천 우려가 나오면 당내 잡음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비윤, ‘한강벨트’ 출마 선언 잇달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해 10월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갑 대신에 수도권 출마를 선언했던 하태경 의원(3선)은 서울 중-성동을에 출사표를 냈다. 하 의원은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에 출마하겠다고 했지만 행선지를 바꾼 것이다. 하 의원은 “당 전략 지역인 한강벨트의 중심에서 깃발을 들겠다”며 “당에서 ‘수도권이 인물난이다’라며 지역구 조정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21대 비례의원 출신인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중-성동을 출마를 선언했다. 3선 출신 이혜훈 전 의원도 21일 이곳에 출마를 선언해 전·현직 의원만 3명인 구도가 됐다. 이곳은 민주당 박성준 의원(초선)의 지역구다. 여당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가 들어선 금호1∼4가동과 옥수동을 중심으로 보수세가 강해지고 있다. 후보 경쟁력에 따라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갑 불출마를 선언한 태영호 의원(초선)은 이날 서울 구로을 출마를 선언했다. 구로을은 친문(친문재인)계 핵심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지역구로 2004년 17대 총선 이후 민주당 계열 후보자들이 내리 승리한 곳이다. 태 의원은 “‘서울에서의 서진 정책’에 한 몸 던진 것”이라고 했다.
앞서 11일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의 서울 영등포을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17일 국민의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이 서울 마포을에, 28일 윤희숙 전 의원이 중-성동갑에 각각 출마를 선언하는 등 한강벨트부터 빠르게 후보 진용이 갖춰지고 있다.
한강벨트는 4년 전 총선에선 용산만 빼고 민주당이 모두 차지했지만 2022년 대선 때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보다 높았다. 이에 따라 승산이 있다고 보고 여당 후보들이 뛰어드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강남서 구로로 서진 정책으로 승부”
당내에선 “한강벨트에서 선제적으로 기세를 올려 서울 전역으로 분위기를 옮기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임종석(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윤희숙(전 국민의힘 의원) 중 누가 경제를 살릴 것 같냐”며 힘을 실었다.
다만 여당에 유리하지 않은 지역에 주로 비윤계 인사나 장관 출신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용산 핵심들이 아니라 당 비주류 인사나 희생 압박을 받은 장관 출신 인사들이 주로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강벨트 출마를 선언한 인사들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박민식 전 장관은 “재선 의원을 지냈지만 영등포에서는 신인”이라며 “가뜩이나 야권 강세 지역인데 당협위원장이 아니었던 만큼 당원 명부도 볼 수 없어 선거 운동에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 친윤은 양지에서 출마 선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주진우 전 대통령법률비서관은 부산 해운대갑 출마를 선언했다. 하 의원의 해운대갑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이 된 지역구로 대표적인 여당 우세 지역이다. 검사 출신인 주 전 비서관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 캠프에 합류한 뒤 인수위원회와 대통령실을 모두 거친 윤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다. 해운대갑 지역구는 하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우선 추천’(전략공천) 지역으로 설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주 전 비서관은 전략공천 가능성에 대해선 “중앙당에서 시스템 공천을 하기로 했고 세밀한 기준을 마련해 공정하게 공천할 것”이라고 했다.
김은혜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경기 성남 분당을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민주당 김병욱 의원의 지역구이지만 분당구는 여당에 우호적인 지역으로 분류된다.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 강승규 전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충남 홍성-예산), 강명구 전 국정기획비서관(경북 구미을) 등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 현역 의원으로 있는 지역구에 출마를 선언하는 등 용산 참모들은 험지 대신 비교적 여당 우세 지역에서 주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