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기금 중단 선언·경제 불이익 방안 검토
친러 헝가리는 반발… EU "정상회의와 무관"
빅토르 오르반(왼쪽 두 번째) 헝가리 총리가 지난달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두 번째) 프랑스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브뤼셀=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유럽연합(EU)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반대하는 헝가리가 끝내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헝가리에 대한 EU 기금 지급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EU 당국자들은 다음 달 1일 열릴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른 회원국 정상들은 헝가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EU 기금이 헝가리에 제공되지 않을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작성했다. EU는 2월 1일 열릴 긴급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EU는 또 헝가리 경제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헝가리 경제를 겨냥해 통화 약세와 투자자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U 기금 제공이 중단될 경우 헝가리가 공공부문 적자를 메울 재원을 늘려야 해 통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AP "EU 지도자들, 헝가리 계속된 반대에 인내심 잃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2월 9일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에서 로베르타 메촐라 의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브뤼셀=로이터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EU가 초강수를 들고나온 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그만큼 시급해서다. EU를 비롯해 서방의 지원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우크라이나는 무기·병력 부족에 시달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EU는 이에 지난달 열린 정상회의에서 3년간 500억 유로(약 72조3,000억 원) 규모의 지원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헝가리의 반대로 무산됐다. EU는 회원국 27개국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공동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 당시 지원안을 반대한 건 EU 내 대표적인 친(親)러시아 국가인 헝가리뿐이었다. 미국 AP통신은 "EU 지도자들은 헝가리의 계속된 우크라이나 지원책 반대에 인내심을 잃고 있다"고 짚었다.
헝가리 "이미 우크라 지원에 EU 예산 사용 가능하다고 설명"
헝가리는 즉각 반발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의 수석 정책보좌관인 오르반 벌라주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EU에 지난 27일 우크라이나 지원안에 EU 예산 사용은 물론 별도 부채 발행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이미 타협안을 제안했는데도 EU는 헝가리를 상대로 겁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EU는 "정상회의 준비와 무관한 내용"이라고 부인했다. EU 고위 당국자는 취재진에 입장문을 보내 "기사에 언급된 문건은 이사회 사무국에서 자체적으로 작성한 배경 설명으로, 헝가리의 현 경제 상황을 설명한 것"이라며 "협상은 모든 27개 회원국이 수용 가능한 타협안을 찾는 게 기본"이라고 선을 그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