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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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재판에 위증을 교사한 혐의로 구속된 이재명 캠프 관계자 박모(45)씨와 서모(44)씨가 ‘알리바이 시간’과 ‘김용의 옷차림’ 등 세세한 디테일까지 주문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 두 사람은 이모 전 경기도 상권진흥원장에게 김 전 부원장의 허위 알리바이를 증언해달라고 부탁한 혐의로 지난 15일 구속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강백신)는 최근 이 전 원장으로부터 ‘2021년 5월 3일 김용과 행적 알리바이를 맞추기 위해 함께 있던 신모씨(이재명 캠프 노동부문 선거조직 상황실장)보다 30~40분 늦게 수원컨벤션센터를 나간 것으로 말해달라는 박씨의 주문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과 ‘당시 김용의 옷을 ‘남색 사파리 재킷’이 아닌 ‘블루 콤비 재킷’으로 바꿔서 증언해달라는 구체적인 부탁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위증교사 혐의를 부인 중인 박씨와 서씨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진술이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재판에서 '거짓 알리바이' 증언을 부탁한 혐의를 받는 박모(45·왼쪽)씨와 서모(44)씨가 지난 15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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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2021년 5월 3일’은 김 전 부원장이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았다고 검찰이 특정한 날이다. 검찰은 1억원을 전달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변호사) 등의 진술과 김 전 부원장의 입·출차기록, 텔레그램 파일 다운로드 내역 등을 토대로 이날 유동규씨의 경기도 판교 회사인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1억원이 오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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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증교사’ 시작 그날…“재판 3주전 첫 부탁”
하지만 김용 측은 이를 적극 부인하면서 이 전 원장을 증인으로 세웠다. 이 전 원장은 지난해 5월 4일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2021년 5월 3일 오후 3시경부터 4시50분경까지 수원컨벤션센터 원장실에서 신씨와 함께 김용을 만났다”고 검찰 수사와 반대되는 증언을 했다. 그러나 이는 곧 위증임이 밝혀졌다.
당시 이 전 원장은 사후조작된 일정표를 증거로 제출했는데, 재판부에서 휴대전화 원본을 요구받자 검찰에 위증 사실을 자백한 것이다. 동시에 ‘위증교사 의혹’도 불거졌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의 측근인 박씨와 서씨가 이 전 원장에게 접근해 위증을 부탁했다고 보고 있다.
박씨와 서씨가 일면식이 없던 이 전 원장에게 일정 확인차 처음 접촉한 날은 지난해 4월 10일, 증언을 부탁한 건 그해 4월 18일로 검찰은 파악했다. 위증 3주 전이다. 박씨가 이 전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김용 재판을 도와주고 있는 경기도협력관 출신’으로 소개하며 증언을 부탁했다고 한다. 세 사람은 4월 18일부터 위증 당일인 5월 4일까지 전화·텔레그램 등으로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으며 구체적 내용을 협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위증 혐의 등을 받는 이 전 원장이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 전 원장은 이날 구속을 면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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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내역에 꼬막비빔밥 있어 20분만 늦춰
두 사람은 ‘신씨는 2021년 5월 3일 16시7분경 수원컨벤션센터 주차장 결제 영수증이 있다. 이때 해산했다고 하면 검찰이 주장하는 시간에 판교(1억원 수수장소)까지 갈 수 있는 시간이라 알리바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이 전 원장에게 “(김용과 더 얘기하다가) 신씨보다 30~40분 늦게 나간 걸로 해달라”며 위증을 부탁했고, “혹시 카드 결제 내역 등은 없는지 확인해보라”며 꼼꼼히 상황을 챙겼다고 한다.
이후 이 전 원장의 카드내역에서 2021년 5월 3일 18시15분경 인천 모 식당에서 ‘꼬막비빔밥’을 결제한 흔적이 나오자, 두 사람은 수원→인천까지 이동시간을 고려해 ‘16시50분경’을 위증할 시간으로 부탁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원장이 실제 수원을 나선 시각보다 20분가량 늦춰 말한 것이다. 이같은 증언에 대해 검찰은 이날 16시34분경 이 전 원장의 출차기록을 확보해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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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 대신 콤비재킷”…패션도 바꿔
김용 전 부원장의 ‘착장’에 대해서도 구체적 설정이 오갔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그간 유동규씨와 정민용씨가 2021년 5월 3일 김 전 부원장이 입고 있었다고 진술했던 옷은 ‘남색 사파리 재킷’이었다. 검찰도 김 전 부원장의 주거지에서 남색 사파리 재킷을 찾아냈다. 이에 박씨와 서씨가 이 전 원장에게 “남색 사파리 재킷이 아닌 블루 콤비 재킷이었다고 말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진술 역시 검찰은 받아냈다. 검찰은 주요 증인들의 진술 신빙성을 떨어뜨리기 위한 작업이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1월 30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 1심에서 유동규·정민용씨에게 무죄를, 김용 전 부원장에게 징역 5년 등을 선고했다. 사진은 이날 무죄를 선고받고 나온 유씨.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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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측 “검찰 그림은 허구…단식투쟁”
박씨와 서씨는 위증교사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용 측 변호인인 김기표 민주당 부천시을 예비후보(변호사)는 지난 24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구속된 박씨와 서씨는 증언할 사람에게 사실관계를 문의하고 확인하는 역할을 한 변론 실무자에 불과한데 검찰이 위증교사로 꾸며냈다”며 ”박씨는 부당한 수사에 항의하는 단식 투쟁을 하고 있고, 서씨는 공황장애가 발병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21일에도 “위증교사 사건에서 검찰이 그리는 그림이 허구임이 명백히 드러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씨와 서씨가 구속 필요성을 다시 판단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한 구속적부심은 지난 24일 기각됐다. 검찰 구속기간(20일)을 고려하면 이주중 기소 여부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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