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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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7일 가자전쟁이 시작된 뒤 친이란 민병대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드론 공격으로 미군이 처음 숨졌다. 미국에선 이란을 직접 보복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전쟁이 본격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 성명을 내어 “지난밤 시리아와의 국경 지대인 요르단 북동부에 주둔한 우리 군에 대한 무인기 공격으로 3명이 숨지고 많은 병사가 다쳤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과격한 집단이 한 짓임을 안다”며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날 2월3일 민주당의 첫 대선 경선을 치르는 사우스캐롤라이나를 방문한 그는 한 행사에서 “우리는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며 보복 방침을 재강조했다. 중동을 담당하는 미 중부사령부도 자료를 내어 이번 공격으로 인한 부상자가 34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드론이 요르단~시리아 국경 근처 사막 지대의 ‘타워22’라는 전초기지의 막사 인근을 ‘자살 공격’으로 타격해 사상자가 커졌다고 전했다. 이 기지는 국경 너머 시리아 영토인 탄프에 설치된 미군기지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
가자지구 전쟁 개전 이후 중동에서 미군 전사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을 돕는 미국에 보복한다는 명분으로 친이란 민병대들이 이라크·시리아 주둔 미군기지에 150여 차례 무인기와 로켓 공격을 가했지만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앞선 20일엔 이라크 서부 공군기지 공격으로 미군 4명이 부상했다. 타워22 전초기지가 지원하는 탄프 기지도 이미 공격받은 바 있다.
이 지역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것은, 2018년 이슬람국가(IS)와 벌인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한 뒤 잔당 소탕을 명분으로 일부 병력을 남겨놨기 때문이다. 시리아 정부는 자국 영토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게 거듭 철군을 요구해왔지만, 미군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잇는 고속도로가 지나는 탄프 등 요충지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공격받은 미군 기지가 시리아 영토 내의 탄프 기지인지 요르단 영토 내의 타워22인지에 대해선 정보가 엇갈린다. 먼저, 친이란 민병대 조직들의 느슨한 연대체인 ‘이라크 이슬람 저항’은 공격 이후 탄프 기지를 비롯해 시리아 내 미군기지 3곳을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무한나드 무바이딘 요르단 정부 대변인 겸 공보장관 역시 자국 방송에서 이번 공격은 요르단 영토가 아닌 시리아에 소재한 탄프 기지에서 일어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공식 성명에선 공격이 어디서 발생했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미국을 겨냥한 테러 공격을 강하게 비난했다. 만약, 이 공격이 시리아 내 미군 기지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향후 미군의 대응이 복잡하게 된다. 시리아의 동의 없이 미군이 이곳에 군대를 배치한 것 자체가 국제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탄프 기지는 타워22와 거리가 20㎞에 불과하다.
나아가 이스라엘~헤즈볼라의 충돌,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항로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강경하게 대응한다면, 확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금까지 후티 반군과 이라크·시리아의 친이란 민병대의 공격을 받은 뒤 원점(세력 거점)에 보복 공습을 가하는 방식을 써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우리가 선택한 시간에 선택한 방식으로” 보복하겠다고만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11월 대선 본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확전은 피하는 선에서 강력한 보복을 검토할 전망이다.
공화당은 이란 본토에 대한 타격 등 강경한 대응을 주장하고 있다. 상원 군사위원회의 로저 위커 의원은 “이란의 표적들과 지도부를 직접 타격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이란 내 주요 표적들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성명을 내어 이번 사안은 “바이든의 나약함과 투항의 비극적 결과”라며 “우리 나라는 바이든을 최고사령관으로 두고서는 생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이란 영토를 공격하지는 않고 이라크·시리아·예멘에 있는 이란 정예부대 병력이나 이란 함선을 타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 경우에도 확전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정의길 선임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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