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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물가와 GDP

‘물가안정’ 마지막 단계가 위험…경고성 보고서 내놓은 한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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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안정 판단 오인해 실패한 사례 많아
일시적 긍정 신호에 과도한 의미 경계를
역사적으로 물가안정에 평균 3.2년 소요”


매일경제

[사진 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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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 사실상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한은이 역사적으로 물가안정기로의 진입에 실패한 사례를 언급하며 경고성 보고서를 내놔 눈길을 끈다.

물가안정에 성공한 사례의 경우 최초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충격 발생 이후 충격 발생 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 평균 3.2년 소요됐다는 점도 인용해 보고서에 실었다.

한은은 29일 ‘물가안정기로의 전환 사례 분석 및 시사점’을 주제로 한 BOK 이슈노트를 발간했다.

보고서를 공동 작성한 정성엽 한은 통화정책국 정책분석팀 차장 등은 “주요국이 과거 물가안정기로 전환됐던 사례와 그 특징을 살펴보고, 이를 기준으로 현재의 인플레이션 국면을 진단한 후 향후 통화정책 기조 전환과 관련한 시사점을 도출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 작성 시점은 지난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을 위한 금융통화위원회 전체회의가 잡힌 주간이다.

정 차장은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에 안착할 것이라는 확신을, 어떤 조건 하에서 언제쯤 할 수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라는 점도 연구 배경으로 곁들였다.

보고서는 물가안정기의 특징을 크게 3가지로 정의했다.

이를 보면 경제주체들이 현재의 물가 또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합리적 무관심을 유지하고, 특정 부문에서 발생한 인플레이션 충격이 여타 부문으로 파급되지 않고 그 부문 내에서 자체적으로 소멸된 경우,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등락하더라도 기조적으로는 장기간 목표 수준 근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상태가 그것이다.

정 차장은 “역사적으로 물가안정기로의 진입에 실패했던 사례를 보면 라스트 마일, 즉 마지막 단계 리스크에 대한 부주의에 기인하는 경우가 다수”라고 소개했다.

그는 주로 남미 국가에서 관찰된 사례로 “가격조정 모멘텀이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인플레이션 충격 이후 기술적으로 따라오는 기저효과를 물가안정기로의 진입으로 오인하면서 정책당국이 성급하게 통화정책완화 기조로 전환한 사례가 다수였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자료 제공 =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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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물가안정기로 진입하는 데 성공한 국가들에서 평균 기간이 3.2년 소요됐다는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를 인용해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에 실패한 대부분은 ‘성급한 승리 선언(premature celebration)’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9월 IMF는 이런 내용을 담은 ‘100번의 인플레이션 충격: 7가지 정형화된 사실(One Hundred Inflation Shocks: Seven Stylized Facts)’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 한은은 물가안정기에 들어선 성공 사례를 보면, 통화긴축이 상당기간 일관되게 시행됐을 뿐만 아니라, 금융·외환·실물 등 거시경제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도 병행됐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점차 인플레이션 지표가 낮아지는 모습이나 물가안정기 진입과 관련된 마지막 단계 리스크는 잔존하고 있다”며 “물가안정기조로의 재진입 여부는 부문간 파급, 기대인플레이션·기조적 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관점에서 확인할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일부 물가지표의 일시적 긍정 신호(head fake)에 과도한 의미를 두지 않도록, 다양한 지표들의 추세적 움직임을 인내심을 갖고 종합적으로 분석·판단하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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