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살롱] 미국과 사우디의 치킨 게임 2차전 전망 "10년 전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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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SBS 손승욱 기자입니다. 오늘은 "중동 분쟁이 계속되는데도 왜 주유소 기름값이 치솟지 않을까?"에 대한 궁금증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경제 전문가들에게 물었더니, (중국 경기 침체는 물론이고) 미국과 사우디가 "누가 누가 싸게 파나" 경쟁을 벌이면서 기름값이 안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후티 반군의 테러 같은 중동 상황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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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상황이 조금 생뚱맞기도 합니다. 지난 2022년 7월 "유가를 내려달라"는 요청을 위해 사우디를 찾았던 바이든 대통령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데 빈살만 왕세자는 그를 냉대하며 '고유가'를 고수하겠다며 유가 인하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까지 갈 정도면 이미 '유가 인하' 약속을 받고 간 것 아니냐"는 언론 보도 속에 사우디 출장길에 나섰던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을 겁니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마음 급했던 바이든 대통령 앞에서도 버텼던 빈살만 왕세자. 그랬던 그가 왜 마음을 바꿔 갑자기 미국과 '기름값 내리기 경쟁'을 시작한 걸까요? 지난해 나온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의 보고서에 그 답이 있습니다.
미국, "유가? 내가 정한다"
미국 에너지관리청이 지난해 발간한 한 보고서에는 "미국 원유 생산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내용과 함께 눈에 띄는 그래프가 몇 개 있었습니다. 첫 번째 그래프는 최근 미국 땅에서 나오는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량의 폭발적인 증가폭(붉은 동그라미)을 보여주고, 두 번째 그래프는 눈에 띄게 줄어든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량을 보여줍니다.
1950년부터 집계한 EIA 통계인데, '원유 생산량 사상 최대'라는 현재 미국의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이 보고서가 나오자 '굳이 앞마당에서 캐지 않고 숨겨왔던 화석연료 부자' 미국이 '셰일가스'를 본격적으로 퍼올리기 시작했고, 그래서 '원유 패권'까지 노리며 유가 결정에 비로소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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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온 미 EIA의 '주간 보고서'는 한발 더 나아가 "1월 둘째 주 하루 생산량이 1330만 배럴로 주간 기준 역대 최대량을 기록했고, 향후 2년간 생산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 뒤 일부 미국 언론들은, "드디어 화석연료 패권을 잡았다"는 쪽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유가의 2가지 기준인 북해산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운데, 미국의 WTI가 유가의 새 기준이 될 것"이라는 보도도 내놨습니다. "셰일가스 채굴 기술의 혁신이 바탕이 됐다" "70~80달러의 안정적인 유가가 미국 업체들을 독려하고 있다" 같은 다양한 분석기사들도 쏟아냈습니다.
미국은 왜 이렇게 '전례 없는 증산'을 결심했을까요?
첫 번째는 바이든 대통령의 변심입니다. 그는 재선 가도의 최대 걸림돌인 '인플레이션'을 잡기를 원했습니다. 생산량을 '폭발적'으로 늘려 유가를 떨어뜨리고, 그게 인플레이션을 낮추길 원했던 겁니다. 대표적인 예가 알래스카 윌로 유전을 포함한 17개 대형 유전에 대한 시추 허가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러시아 견제입니다. 고유가 덕에 전쟁 비용을 생각보다 수월하게 충당하던 러시아에게 유가 하락은 그렇게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특히 경제 제재 속에 일부 나라에게만 팔던 상황이라 더더욱 그렇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같은 비용에 훨씬 많이 석유와 천연가스를 뽑아낼 수 있는 '셰일가스 업체'들의 놀라운 기술 발전이 있었습니다. (이건 뒤에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미국이 증산에 나선 이유에 대해 국내 최고의 에너지 전문가인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얘기를 전합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인플레이션이 에너지 쪽에서 왔거든요. 유가만 떨어지면 미국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이 됩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생산량을 굉장히 많이 늘렸죠.
또 국제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유가를 떨어뜨리면 전쟁을 끝낼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원유와 천연가스를 팔아서 전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유가를 떨어뜨려야 합니다. 결국 지금까지 주춤했던 미국의 증산은 계속될 수 있는 겁니다. ▶관련 영상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친환경이냐 아니냐는 논란과는 별개로- 사우디와 러시아를 선두로 한 OPEC+의 '고유가 정책'을 흔들어야 미국이 살고, 자신도 재선에 성공할 수 있다고 보고 행동에 나선 겁니다.
그런데 2024년 새해가 밝자마자 사우디의 반격이 시작됐습니다.
사우디도 내렸다…치킨 게임의 귀환
2024년이 시작되자마자 사우디아라비아도 "유가를 인하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사우디 국영 아람코가 중동 원유 공식판매가(OSP)를 배럴당 2달러 이상 낮춘 겁니다. 27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을 냉대하면서까지 고유가를 유지했던 사우디의 갑작스러운 변심,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심해지고 있는 OPEC+ 내부의 균열로 사우디의 시장점유율이 '불안 불안'하던 차에 미국 증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OPEC+는 사우디가 전 세계의 유가를 자기가 조정하고 싶어서 만들었습니다. 석유 담합 기구입니다. 그런데 이 담합은 굉장히 깨지기 쉬운 구조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 카르텔이 깨지기 시작했죠. 앙골라는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브라질은 굉장히 많은 원유를 가지고 있는데, 역시 증산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심해 유전인데, 120달러가 넘어야 경제성이 있는데도 개발하겠다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최근에 베네수엘라 옆에 있는 가이아나도 증산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담합이 서서히 깨지고 있는 거죠. 사우디도 시장점유율이라도 늘려보기 위해서 가격 내렸습니다. 그리고 결정타를 때린 것이 미국의 증산입니다.
이렇게 사우디가 미국의 셰일업체들과 '기름값 내리기' 치킨 게임을 시작한 데에는 '값싼 생산단가'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10년 전 벌였던 치킨게임 완승을 거뒀던 경험도 깔려 있습니다.
2014년 6월에 시작해 2016년까지 2월까지 진행된 미국과 사우디의 1차 치킨 게임. 미국 셰일가스 업체가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하자 사우디는 '생산단가가 높다'는 미국 셰일가스 업체의 약점을 이용해 "버티려면 버텨봐라"라면 식으로 유가를 떨어뜨리기 시작합니다.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로서는 '뽑아낼수록 손해 보는 환경'이 되어버린 겁니다. 유가를 무려 배럴당 25달러까지 떨어뜨렸습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셰일가스가 등장하면서 미국이 증산을 마구하다 보니 사우디의 지배력이 하락했습니다. 미국의 셰일가스 업체를 다 죽이려고 하는 시도가 사우디로부터 시작이 됐습니다. 당시 배럴당 25불까지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생산단가 손익분기점이 38달러 정도였는데, 25달러까지 떨어뜨렸으니까, 굉장히 어려움이 컸죠. ▶관련 영상
하지만, 이번에도 사우디가 이길까요?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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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욱 기자 ss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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