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식의 N코리아 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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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70년이 넘었지만 북한이 남한과 비슷한 것 중의 하나가 학부모들의 교육열입니다. 북한 학부모들도 교육이 자식의 미래와 연관된다고 보고 자녀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중학교 진학부터 시작되는 북한 학부모 입시 경쟁
북한 학부모들의 입시 경쟁도 자녀들이 중학교에 진학하는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북한의 영재교육기관이라는 제1중학교에 보내기 위해서입니다.
북한의 제1중학교 수업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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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중학교는 초급중학교(우리의 중학교)와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 과정을 포괄하는 6년제 학교입니다.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제1중학교에 보내려는 이유는 김일성종합대학 같은 명문대 입학도 중요하지만 제1중학교에 입학하면 대부분 대학에 진학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일반중학교에서 10% 내외의 학생들만 대학에 진학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제1중학교 입학 자체로 대학 진학에서 엄청나게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는 것입니다.
제1중학교가 인기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으면 남자의 경우 대개 군대에 가는데, 군대 내 생활이 열악하고 복무기간도 길기 때문에 군대가 아닌 대학에 갈 수 있는 제1중이 선호됩니다.
제1중에 대한 선호는 북한 내에 사교육이 확대되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돈 있는 학부모들이 자녀를 제1중에 보내려는 욕심과, 경제난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교사들이 부가적인 돈벌이를 해야 했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입니다.
제1중이나 대학 진학에서 중요한 과목은 수학인데, 돈이 있는 집들은 학교 밖에서 별도로 수학 과외를 받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학부모들이 유명 수학교사를 섭외해 시내에 집까지 얻어준 뒤 제1중 입학을 위한 그룹과외를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제1중에 가려면 공부도 잘해야 하지만 부모의 경제력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제1중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학교는 별 능력이 없기 때문에 부모들이 생활비용을 대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정형편 안 좋은 집 자녀들은 학교 그만두는 경우도 많아
지금까지는 북한의 돈 있는 집 이야기였습니다. 반대로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집들은 자녀들이 학교를 그만두는 일도 많다고 합니다. 말로는 무상교육이지만 실제로는 학교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원래 '12년 무상의무교육제'로 유치원 1년, 소학교 5년, 초급중학교 3년, 고급중학교 3년에 들어가는 모든 교육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에 돈이 없다 보니 학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거의 전적으로 학부모가 부담합니다. 통일부가 2023년 발간한 '북한인권보고서'에 기초해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의 소학교 수업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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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는 '교과서 요금'이라고 불리는 일정 금액을 학교에 지불하고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마저도 충분하지 않아 헌 교과서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교복은 대체로 국정가격 또는 시장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하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이 입었던 교복을 물려받는다고 합니다.
학교시설 유지 보수에 들어가는 비용도 학생들에게 전가되고 있습니다. 교장실 꾸리기, 교실 꾸리기 등의 명목으로 담임선생이 학생들에게 현물이나 현금을 요구하고, 겨울철에는 난방비 명목으로 매년 돈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학교에 도색작업을 해야 한다고 학생 한 사람당 석회가루 500g씩을 내거나 일정 금액을 내라고 한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꼬마계획'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상납과제가 학생들에게 부과되기도 합니다. 학생 1명당 매년 토끼가죽 2-3장을 학교에 내라고 하는가 하면, 파철이나 파비닐 등을 제출하는 '꼬마계획'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내라는 것이 많다 보니 최근에는 학부모들에게 아예 매달 일정 금액씩 돈을 내라는 요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내라는 돈이나 물품을 제대로 내지 못할 경우 망신을 당하기도 합니다. 교사가 학생을 동급생들 앞에서 망신을 주거나 집으로 돌려보내는 경우도 있고, 어떤 교사는 학교에서 요구한 돈을 낼 때까지 매일 반 친구들 앞에서 학생 이름을 불러 일어서게 한 뒤 언제까지 돈을 낼 거냐고 다그친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경제적 부담으로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들이 늘고 있지만, 북한 당국이나 학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한 탈북민은 2018년에 아들이 소학교 학생이었는데, 당시 학급 정원의 25% 정도가 경제적 부담으로 출석하지 못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빈곤계층이 많은 농촌지역 중학교의 경우 출석률이 절반도 안된다고 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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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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