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전면 시행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 1년 이상 징역
중대재해법에 대해 설명하자 A씨는 “들어본 적도 없고, 법이 시행되더라도 알아서 조심하는 거 외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A씨 뒤편에선 한 직원이 보호 장비 없이 PVC파이프를 절단기로 자르는 업무를 묵묵히 이어가고 있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시행에도 현장에선 대응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영세한 산업 용품 제작 업체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종로 3가 장사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십여곳의 업체에 물어본 결과 중대재해법에 대해 안다고 답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준비도 못한 채 법 적용을 받게 된 것이다.
노동자가 숨지는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 날인 27일 경기도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관리자들이 현장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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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시행을 미리 알고 있다고 해서 대응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수원에서 유리병 제조 공장을 운영하는 강모씨는 중대재해법이 시행될 수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강씨는 “안전관리자를 채용하면 된다고 하는데, 당장 인력을 줄여도 모자랄 정도로 사업이 어려운데 추가 채용은 말도 안 된다”라며 “주변 업체 사장들을 보면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법 시행이 우려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강씨는 “10여명의 직원 가운데 외국인 직원이 5명인데, 말이 제대로 안 통하니깐 위험한 경우도 종종 있다”라며 “최대한 주의를 주고, 안전 조치를 하더라도 현실은 쉽지 않다. 이러다 진짜 징역살이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중대재해법이 적용돼도 50인 미만 사업장은 안전관리자 채용이 의무화되지 않는다. 하지만 재해 예방에 전문성이 없고 별도 조직을 둘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으로선 안전관리자를 선임해 안전 업무를 일임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상당수 업체는 당장 추가 인력을 고용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 또 자격을 갖춘 안전관리자 수도 한정돼 있어, 채용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2022년 1월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 법률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2년간 시행을 유예하기로 했으며, 오는 27일부터 법 적용 대상이 50인 미만 사업장,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건설 현장으로 확대된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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