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미래공중보건 인력 현장실습
의대생들에게 국가 보건 정책 소개… 국제백신연구소-공공의료 현장 등
실무자 생생한 목소리 들려주기도… 학생들 “보건에 대한 시야 넓어져
임상 의사 외 다양한 진로 알게 돼”… 질병청, 간호대 등으로 대상 확대
질병관리청은 15∼19일 성균관대 의대 본과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래 공중보건 인력을 위한 현장 실습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모의 훈련을 통해 전염병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모습. 질병관리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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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영화에서 봤던 상황실과 똑같아요.”
19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질병관리청 종합상황실(EOC). 문을 열자 건물 2층 높이의 초대형 스크린이 전면을 가득 채웠다. 스크린 상단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라는 단어 옆에 주황색 신호등이 켜져 ‘경계’ 단계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스크린에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현황이 전국,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지켜보던 성균관대 의대 본과 4학년 학생 39명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 의사 과학자-공무원 선배 만나
상황실 견학은 질병관리청이 올해 처음 개설한 ‘미래 공중보건 인력을 위한 질병관리청 현장 실습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 프로그램은 의대생들에게 임상 의사 외에도 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 마련됐다. 프로그램은 이달 15∼19일 △질병관리청 공중보건 정책 소개 △공공의료 및 지역의료에 대한 이해 △다양한 진로 탐색 등 세 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홍정익 질병관리청 위기대응분석관은 “방역과 보건 정책 수립은 의학적 전문성이 바탕”이라며 “의사가 될 학생들이 공중보건과 공공의료 등 정책을 잘 이해하고 질병관리청과도 협력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무 담당자들은 국가 예방접종 정책, 감염병 위기 대응 정책, 국가 건강조사 체계 등을 나눠 설명했다. 성균관대 재학생 현다희 씨(24)는 “개인 유전체부터 병원 전자의무기록,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활동량 측정 결과 등 다양한 데이터를 접할 수 있는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의대생들은 국립보건연구원(NIH) 내 국제백신센터,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등 공공의료 및 지역의료 현장도 견학했다. 19일 방문한 국제백신센터에는 국내에서 유일한 생물안전도 4등급 실험실이 있다. 이 실험실은 에볼라, 급성 출혈열의 일종인 라사열 등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위험한 바이러스를 다룰 수 있는 곳이다. 센터를 안내한 NIH 관계자는 “실험실 하나에 유지비로 연간 15억∼20억 원이 든다”며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쓰쓰가무시 등 대형 제약사들이 잘 연구하지 않지만 국민들에게 위험한 질병 관련 연구를 주로 진행한다”고 했다.
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IVI) 박사 등도 의사 과학자로서 겪은 경험을 나눴다. C형 간염의 면역 회피 원인을 세계 최초로 밝혀 낸 신 교수는 “의학 연구를 하면 내가 탐정 ‘셜록 홈스’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연구의 즐거움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했다.
● “임상 의사가 아닌 다른 진로 알게 돼”
5일간의 과정을 이수한 의대생 상당수는 진로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고 했다. 이전까지는 ‘임상 의사’ 하나만 바라봤지만 현장 견학과 강연 등을 통해 의사 공무원, 의사 과학자 등 다양한 선택지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재현 씨(24)는 “의사가 의료 정책과 관련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며 “병원에서 의사 수련을 받은 뒤 정부 의료 정책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더라도 현장에서 의료 정책과 관련된 개선점을 찾고 함께 고민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권재민 씨(25)는 “임상 진료를 할 때는 질환 자체에 몰입하게 되는데 큰 틀에서 보건의료 정책을 잘 알고 있어야 개별 의료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이들은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 등 의료계 선배들의 강의도 들었다. 질병관리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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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제성 씨(24)는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이 직접 공공병원이 무엇이며 어떤 일을 하는지, 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솔직하게 알려줬다”며 “전혀 몰랐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새롭고 흥미로웠다”고 했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프로그램의 운영 결과를 분석·개선하며 다른 의대와 간호대 등으로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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