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물가와 GDP

‘물가 둔화’ 왜 체감 안되나 했더니…생활물가는 4% 육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지난해 식당 등 외식업체에서 판매하는 맥주와 소주 물가 상승률이 대형마트·편의점 판매가 오름폭의 약 3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3일 서울 서초구의 한 식당 메뉴판.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 들어 물가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3%대 초반으로 완만한 둔화세를 그리고 있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상승률(생활물가 상승률)은 4%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비중이 큰 유가와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생활물가를 끌어올리면서다.

2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1~2023년 월별 생활물가 상승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평균 약 0.65%포인트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8%까지 치솟은 뒤 11월(3.3%)·12월(3.2%)에 다소 둔화했지만, 이 시기 생활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4% 선을 넘나들었다. 지난해 연간 생활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9%로 집계됐다. 소비자가 물가 둔화세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배경이다.

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들이 기본 생필품 등 소비자들이 자주 사는 144개 품목을 대상으로 조사한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상품·서비스 458개 품목 가격 변동을 나타낸다면, 생활물가지수는 구매 빈도가 높은 품목에 집중돼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에 근접하다. 지난 11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체감물가나 생활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상승률보다 더 낮게 나오는 반면 한국은 체감물가 수준이 더 높다”고 짚었다.

최근 한국의 체감물가를 끌어올린 요인 중 하나는 농산물 가격이다. 지난해 사과값이 전년 대비 24.2% 오른 데 이어 귤(19.1%)·파(18.1%)·딸기(11.1%)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폭염과 폭설, 태풍 등 날씨 요인이 컸다.

필수재인 에너지 가격 영향도 크다. 2022년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 선을 넘어 14년 만에 최고치를 썼고, 지난해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제유가를 끌어올렸다. 국내에서 쓰이는 에너지 90%가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에 특히 취약하다. 지난해 한은 분석에 따르면 유가 충격이 물가에 미치는 이차 파급 영향은 2년 가까이 지속하는 경향을 보인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기업의 비용 상승 부담이 소비자 가격에 천천히 오래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상반기 3%로 높은 수준을 이어가다가 하반기 2.3%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에너지·농산물 가격의 변동성이 남아있는 게 부담이다.

중앙일보

정근영 디자이너


국제유가 가격은 최근 안정세를 보이지만, 중동지역 위험이 고조되면서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조치 강화 등으로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대 안팎의 고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하반기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체감 물가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올 초 들어 농산물 가격도 다시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23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1% 올라 석 달 만에 상승했다. 농림수산품이 4.9% 올라 상승세를 이끌었는데, 연말 수요 증가와 작황 부진 영향으로 딸기(154.1%)·사과(17.4%) 오름폭이 컸다.

최근엔 농산물 가격 안정화를 위해 수입 농산물을 확대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된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수입 농산물 확대로 농가 수익성이 악화하면 지역 불균형을 초래해 도리어 사회적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며 “안정적으로 농산물이 공급될 수 있도록 농업경영·소득안정 장치를 확충하는 게 선결 과제”라고 지적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