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고 치는 '약속 대련' 아니냐" 시각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 환영식에서 사회자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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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선민후사하겠다"며 단번에 거절했다. "당은 당의 일을 하겠다"는 한 위원장의 '마이웨이' 선언은 여론과 명분은 내 편이라는 자신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尹 지지율 웃도는 당 지지율이 무기...수도권·TK서도 앞서
한 위원장의 최대 무기는 우호적인 여론이다. 한국갤럽이 19일 발표한 정례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36%)이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32%)을 앞섰다. 특히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는 물론 보수 심장부인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PK) 등 거의 전지역에서 당 지지율이 국정 지지율을 웃돌았다. 과거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갈등 구도에서 여론이 후자의 손을 들어줄 때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도 한 위원장의 기회 요인이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윤 대통령은 재임 기간을 거치며 공정과 상식의 이미지가 퇴색할 수밖에 없었지만, ‘신상’인 한 위원장은 아직 대중의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4·10 총선을 앞두고 한 위원장은 명분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유권자가 바라는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총선 승리를 위한 변화라는 대의명분을 챙겼다. 반면 대통령실은 "본질은 공작"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가족을 지키려는 윤 대통령과 총선 승리 후 대권을 노리는 한 위원장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서재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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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민주당 86은 종북" 직격하며 보수 지지층 구애
다만 한 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불협화음을 전통적 보수 지지층이 어떻게 바라볼지가 관건이다. 이들은 권위와 질서를 중시하고 배신을 싫어하는 만큼 자칫 한 위원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한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 공개 발언에서 명품백 의혹이나 당정 충돌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더불어민주당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정치인을 가리켜 '종북 성향'이라고 직격했다. 한 위원장은 이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북한 도발에 대해 언급하면서 '선대들', '우리 김정일·김일성 주석 노력이 폄훼되지 않도록'이라고 했는데 운동권에서 많이 쓰던 표현"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한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과 무장공비 김신조 일당 침투 사건, 아웅산 테러, 연평도 포격 등을 열거하며 “(김일성·김정일이 평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민주당이 박은식 비대위원의 5·18 광주항쟁 인식과 관련한 오보에 기반해 수석대변인 논평을 냈다가 철회한 것과 관련해서는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을 향한 공격수 이미지를 부각시켜 지지층을 다독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친윤석열(친윤)계의 역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친윤계는 일단 확전을 피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총선 공천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한 위원장을 상대로 언제든 행동에 나설 수 있다. 이준석 전 대표 사퇴과정에서 보듯 당 윤리위원회 제소를 포함해 기습 폭로와 같은 돌발 변수가 튀어나올 가능성이 거론된다.
"짜고 치는 '약속 대련' 아니냐" 시각도
일각에서는 짜고 치는 '약속 대련'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한 위원장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이나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핵심 쟁점에서 그동안 대통령실과 한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윤 대통령의 아바타'라는 야당의 비아냥까지 들었다. 그럼에도 명품백 의혹과 관련해 사과 요구도 아닌 "국민 눈높이"를 강조한 것만으로 대통령실에서 '지지 철회'라는 메시지가 흘러나온 것은 의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애초에 기획으로 본다"고 잘라 말했다.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정체된 윤 대통령과 당의 차별화를 위해 갈등을 연출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는 기획설보다 한 위원장이 그간 금기시돼 온 김건희 리스크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후폭풍이 아니겠느냐는 견해가 훨씬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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