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韓, 개인 일탈 책임져야"…태영호 "대통령이 국민께 용서 구해야"
이철규, 김 여사 명품백 논란에 "몰카 공작 피해자가 사과해야 하나"
총선까지 80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가 정면충돌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자 당내에서는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겠냐는 불안감과 당혹감이 새어 나온다.
한 위원장 취임 이후 '인적 쇄신' 바람 속에 한동안 몸을 낮췄던 친윤(친윤석열)계·영남권 등 주류에서 총대를 메고 한 위원장 거취 압박을 위한 군불을 때는 분위기지만, 과거처럼 연판장 같은 집단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모습이다.
중도층 여론에 민감한 수도권 지역구 의원, 비주류 인사들을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한 위원장을 옹호하는 기류마저 감지된다.
각자 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선해 주판알을 튕기기 시작하면서, 이전 같은 방식의 한 방향 여론몰이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에 관해서는 여론이 한 위원장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는 판단도 작용하는 모습이다.
발언 듣는 한동훈 위원장 |
친윤계는 정치 공작의 피해자인 김 여사가 사과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김경율 비대위원 사천 논란' 등을 고리로 한 위원장에게 화살을 돌렸다.
대통령 당선인 수행실장을 지낸 이용 의원이 전날 의원들 단체 대화방에 김 여사 사과 문제와 관련한 글과 '대통령실발 사퇴론' 언론 보도 내용을 잇따라 올리며 한 위원장을 직격한 게 단적인 예이다.
친윤계 핵심 이철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에 관해 "그건 몰카 공작"이라며 "불순한 목적을 가진 분이 몰카를 갖고 들어가서 여러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는데 그걸로 피해자에게 사과하라 하는 것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생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한 위원장이 '국민 우려'를 언급한 데 대해서는 "국민들이 우려하는 건, 진실이 무엇인지 잘 모르시기 때문에"라고 일축했다.
5선의 김영선(경남 창원·의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어떻게 해서 찾아온 정권인가"이라며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개인 일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들은 한 위원장의 행보를 '자기 정치'라고 규정했다. 한 친윤계 다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내어준 비대위원장 자리를 이용해서 자신이 대권 주자로 확실하게 발돋움하겠다는 것"이라며 거칠게 비난했다.
또 다른 의원은 "임기 3년 남은 대통령을 상대로 힘 싸움을 해보자는 것인가"라고도 말했다.
친윤계의 이런 거친 반응의 이면에는 취임 일성부터 '주류 희생'을 강조해온 한 위원장이 공천을 주도할 경우 낙천이 우려된다는 불안감이 깔렸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과거 두 차례의 친윤 주도 '연판장 사태' 때와 비교하면 사뭇 다른 기류가 감지되는 측면도 있다. 긴급 의원총회 등 말만 무성했을 뿐, 현역 의원들 사이 이전처럼 적극적이고 일사불란한 호응이 없다는 것이다.
나경원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를 겨냥한 연판장에 각각 48명, 40명이 초재선이 연명하며 힘을 과시했던 때와는 대조된다.
비주류에선 오히려 한 위원장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서울 험지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은 전날 의원들 단체대화방에 "윤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 사이를 이간질하는 것은 해당 행위"라고 썼다. 이용 의원이 한 위원장 사퇴설 관련 보도를 공유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이어서 유경준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지난 지방선거 서울시당 공천 때의 경험을 언급, "당선인의 뜻이라고 팔았지만 모두 권력에 빌붙어 호가호위하는 인간들의 거짓이었다"며 에둘러 한 위원장에게 힘을 실었다.
태영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한동훈 체제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글을 올리고 의원들 대화방에도 공유했다.
앞서 채널A에 출연해서는 "윤 대통령이 김 여사와 손잡고 국민 앞에 나아가 '국민이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실수를 했는데 가장 큰 책임이 남편인 저에게 있다'고 국민들에게 용서를 빌면 어떨까 생각한다"라고도 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입당한 이상민 의원은 TV조선에 나와 "(한 위원장까지 자리에서 밀려날 경우) 국민의힘도 풍비박산이고, 윤 대통령도 향후 국정 제대로 끌어갈 수 있겠나"라고 언급했다.
당 관계자는 "의원들이 이번에도 그저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만 쫓아 주겠거니 기대하는 모양인데, 총선 공천 국면에서 손익계산은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며 여권 주류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당내 전반적 여론은 어떻게든 양측이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절충점을 찾아가며 갈등을 봉합하라는 목소리다. 선거 목전까지 당정 지지율도 불안정한 마당에, 이유를 불문하고 지도부 붕괴 등 극한의 사태는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김건희 여사 상황은 대통령실이 당사자이고 그와 맞물려 총선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당이지만, 총선에서 과반을 얻지 못하면 이 정부도 실패한 정부가 되는 것"이라며 "이 시점에 양쪽이 접점을 찾지 않으면 결국 자멸인 셈"이라고 호소했다.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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