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2일 단말기 구입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단통법)' 폐지를 발표한 가운데 서울 시내 전자상가에 입점한 휴대폰 판매점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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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2일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 폐지 이전이라도 사업자 간 마케팅 경쟁 활성화를 통해 단말기 가격이 실질적으로 인하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하면서 업계가 바빠졌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시간이 걸리는 법 개정을 기다리지 말고 당장 실현 가능한 대안을 마련하라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단통법 폐지는 법 개정 사항이다.
윤 대통령이 지목한 '사업자'는 통신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단통법은 2014년 10월 시행된 후 불법 보조금이 횡행하던 단말기 유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통신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억제해 유통망이 위축되고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이 늘었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동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3년 연속 4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런 만큼 윤 대통령 메시지는 이통사들을 겨냥해 '액션'을 취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체들은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대안 마련에 착수하며 조만간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곧 국내에 출시될 '갤럭시 S24' 시리즈부터 소비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현재 단통법 체제에서는 갤럭시 S24 시리즈에 대한 최대 공시지원금은 24만원(울트라 모델 기준) 수준이다. 단말기 가격은 180만원이 넘지만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은 추가 지원금(공시지원금의 15%)까지 더해도 27만6000원으로 30만원에 못 미친다. 단통법이 폐지되면 이 같은 지원금 지급에 제한이 없어져 보다 저렴한 비용에 플래그십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윤 대통령 지시대로 단통법이 폐지되기 이전이라도 단말기 구입비용 인하 방안이 마련된다면 소비자들은 30만원 이상 혜택을 볼 수 있게 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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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이통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강한 발언이 나온 만큼 제조사와 협의해 갤럭시 S24부터 최대한 공시지원금을 늘릴 수 있도록 협의할 것"이라며 "고가 단말기뿐만 아니라 저가 단말기를 확대하는 방안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이날 내놓은 단통법 폐지에 따른 직접적인 효과는 지원금 지급 제한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10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 단말기를 현재보다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단통법 폐지 방침을 발표했지만 이 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선택약정할인(월 요금제 25% 할인)' 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유지하기로 했다. 이통사업자 간 자율적인 보조금 경쟁을 통해 국민들이 저렴한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게 경쟁을 유도하되 보조금을 받지 않은 소비자들도 통신비 절감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기존 요금 할인제도를 지속시킨다는 방침이다.
단통법 폐지와 선택약정할인 제도를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하는 것은 모두 법 개정 사안이다. 아무리 정부가 단통법 폐지 방침을 정했더라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혜택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이를 강하게 언급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당초 단통법 폐지 등을 위해 국회에서 논의를 거치고 소비자·업계·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윤 대통령은 '속도'를 주문한 것이다.
정부의 단통법 폐지 방침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일명 '성지'를 중심으로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행위가 암암리에 성행해오면서 이미 단통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통법 제정으로 막으려 했던 이른바 '호갱(소비자들이 과도한 값을 치르는 것)' 문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원금 공시 의무 폐지로 통신시장이 다시 혼탁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사업자 간 과도한 출혈경쟁과 이용자 차별 행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전기통신사업법으로 규제할 수 있다"면서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는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예상되는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생활 밀착 규제인 도서정가제도 정부가 20년 만에 개편에 나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웹툰·웹소설 등 웹 콘텐츠 소비 행태나 유통 구조 등이 일반 도서와 다른 신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현행 도서정가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별도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상반기 중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에서 웹 콘텐츠를 제외하는 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입법화를 추진한다. 이와 함께 영세서점에 한해 도서 할인율 상한을 확대하는 예외 규정도 만들 예정이다.
도서정가제는 도서를 판매할 때 가격 할인과 경제상 이익을 정가의 15% 이내로 규제하는 제도다. 최소 제작비용을 보전해 창작자와 출판사 의욕을 고취하고 서점 간 과도한 할인경쟁을 방지함으로써 출판 생태계를 안정화하기 위해 2003년 도입됐다.
그동안 웹툰·웹소설에 대한 도서정가제 적용을 두고 순수문학계를 중심으로 한 출판계와 네이버, 카카오 등 웹 콘텐츠 플랫폼사들은 대립해왔다. 출판계는 웹 콘텐츠에도 도서정가제를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일반 도서와 웹 콘텐츠 소비층이 다르고 웹 콘텐츠의 비즈니스 모델은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를 반영한 것으로 일반 도서와 차이가 있다는 플랫폼사 측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이동인 기자 / 송경은 기자 / 정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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