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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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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가톨릭대 교수,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회장]
오는 1월 27일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예정이다. 정부와 여당은 경영계의 의견을 들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유예하려고 했지만, 지난 1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2년 유예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였다. 오는 1월 25일 예정인 본회의에서 다시 한 번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고, 대통령도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며 2년 유예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름만 처벌법이지 사상상 처벌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

2022년 1년동안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는 644명 발생했고, 2023년 9월까지 459명이 사망했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의 판결을 받은 것은 겨우 12건에 불과하여 사망사고 발생의 1% 정도만 판결대상이 됐다. 그 중에서도 실형을 받은 경우는 단 1건이고, 나머지는 모두 집행유예 판정을 받았다. 실형을 선고받은 단 1건도 수많은 사고를 일으켜 고용노동부로부터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는데 이를 개선하지 않아 결국 실형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중론이었고 법의 최소형량인 1년을 선고받아 조만간 풀려날 예정이다.

이처럼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에 무척 관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가 없다. 중대재해 발생하면 사장님이 감옥간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사장님이 감옥가면 회사는 누가 운영하냐?' 등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부담을 지나치게 과대포장하여 말하고 있다. 이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을 훼손하고 왜곡하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가 예방조치를 충실히 하면 중대재해가 발생했어도 처벌하지 않는다. 사망자 발생과 같은 중대재해만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일반 부상이나 질병은 중대재해에 포함되지 않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지 처벌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과대포장된 두려움과 불안감은 산재예방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법을 피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대형 로펌에 컨설팅을 의뢰하는 기이한 현상으로 나타나 실질적인 중대재해 감소에 기여하지 못하고, 이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생겼어도 중대재해가 감소되지 않으니 중대재해처벌법이 필요없다는 이상한 논리로 확산된다.

이런 현상을 부추기는데 정부의 역할도 한 몫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산재예방 전문가로 변호사와 법대 교수를 선호하고, 안전보건 전문가는 홀대한다. 정부의 이런 접근방식은 결국 로펌에 컨설팅을 의뢰하기 어려운 소기업의 부담감을 부추기는 것이고, 현장에서 실질적인 안전보건 대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서류만 잘 갖추면 처벌받지 않는 풍토를 만들게 하여 산재예방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심지어 안전보건공단은 금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을 지원하기 위한 안전보건 컨설팅 사업 수행기관에 노무법인을 포함시킴으로써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해 서류 준비만 갖추어도 된다는 인식을 더욱 팽배하게 한다.

거꾸로 가는 안전보건 대책, 법만 피하고자 하는 기업주, 개선되지 않는 안전보건 현장, 이런 현실 속에서 희생 당하는 것은 결국 안전보건에 무방비로 노출된 근로자들 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미약하다는 것을 알게 된 대기업은 벌써부터 경영책임자로 임명한 안전보건전문가를 신속하게 해고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유예되지 않아도 아마 정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소기업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면해 줄 것이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의 본래 기능이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임을 다시 한 번 인식하고 예방조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원래의 목적으로 잘 작동될 수 있기를 바라며, 동료시민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눈 크게 뜨고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 취약분야 지원대책 당정협의회 회의장 앞에서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씨 등이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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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가톨릭대 교수,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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