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놓고 정부와 의사단체가 갈등을 빚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이 “의사가 늘어도 국민 의료비 부담은 크게 늘지 않는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의대 정원 확대가 국민들의 ‘진료비 폭탄’으로 이어질 것이란 의사단체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21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내부 연구자료에 따르면 보사연은 건강보험 통계 등을 바탕으로 2012∼2022년 의료비 증가 요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해당 기간 건보 적용 의료비는 연평균 7.9% 늘었는데 이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2.6%는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의료비의 단가) 인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고령화(2.1%)와 약·치료 재료의 가격 상승(1.6%), 국민 소득 상승(0.9%) 등의 요인이 뒤를 이었다.
보사연은 그 밖에 ‘기타’(0.7%)로 분류된 항목에 △실손보험 확대 △의사 수 증가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의사 수 증가 때문에 발생한 의료비 증가 폭은 아무리 높게 잡아도 0.7% 미만이란 뜻이다. 보사연 관계자는 “정확한 비율을 추계할 수 없었지만 의사 수 증가로 인한 의료비 상승은 0.7% 중에서도 극히 일부”라고 밝혔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대 증원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원은 의대 정원이 1000명 늘면 2040년 건보 재정에서 17조 원의 의료비가 더 쓰이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의사가 늘면 의사들이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더 많이 하게 된다는 ‘유인수요 가설’을 바탕으로 한 추계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의대 정원이 1000명 늘면 국민 1인당 매달 3만 원의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유인수요 가설은 학계에서도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의협 주장은) 잘못된 가설에 근거한 잘못된 추계”라고 반박했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단계적으로 3000명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350명 증원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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