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과 중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수사에 입법부가 직접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증인 출석은 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전례가 된다면 특정 혐의로 수사받는 국회의원을 비호하기 위해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수사 지휘자를 증인으로 불러 몰아세우는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특히 증인 출석은 강제성을 띤다.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도 국회는 필요에 따라 강제 구인(동행 명령)에 나설 수 있다. 허위진술의 경우 국회 고발에 따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이렇게 증인석에 앉힌 수사 지휘자에게 사건 관련 답변을 강요하면 이는 법이 금지한 피의사실 공표를 요구하는 꼴이 된다. 민주당은 그렇게 할 태세다. 16일 행안위에서 강병원 의원은 “경찰의 수사 결과를 보면 범행 동기, 공범 여부 파악과 피의자의 변명문·당적·신상정보를 모두 비공개했다”며 “중요 사건의 경우 피의사실 공표 문제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수사 결과를 발표해 오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4년 전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 당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만들어 국민의 알 권리를 옥죈 건 다름 아닌 당시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였다. 검찰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특정 정당이 수사에 외압을 가하려는 목적이 뚜렷해 보인다”며 “수사의 정치화, 사법의 정치화로 가는 매우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이 대표 피습사건을 대대적으로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최근 총리실 소속 대테러종합상황실 공무원들을 고발한 데 이어 21일엔 당대표 정치테러대책위원회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과 국가정보원도 축소 및 은폐에 관여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과도한 공세에 여당은 “민주당이 이번 총선을 피습 음모론을 무기 삼아 치르기로 작정한 모양”(윤재옥 원내대표)이라고 직격했다. 정말 그럴 속내가 아니라면 민주당은 수사 지휘자의 증인 채택을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 형사사법 체계마저 흔들어서야 되겠는가.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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