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계절입니다. 올해 4월의 총선에는 여야 정당 및 관련 집단들의 사활이 걸려 있습니다. 갈 데까지 간 이른바 보수와 진보의 갈등 양상도 이번 선거에 기름을 붓고 있습니다.
사실 보수와 진보의 진지한 뜻은 실종된 지 오래입니다. 국가와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소집단 이기주의를 배격하는 참된 의미의 보수는 찾기가 난망입니다. 참된 인간성의 가치와 개인의 인격적 존엄성을 위해 과감하게 개혁에 몸을 던지는 진보는 찾기 힘듭니다.
대통령실과 윤석열정부와 여당, 제1야당을 비롯한 야권이 이합집산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이 어디까지 어떻게 전개될지 평범한 국민의 눈으로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누가 봐도 분명한 것이 있습니다. 대통령실을 중심한 권력의 독점 구조가 깨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실과 정부와 여당은 더 이상 하나가 아닙니다.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인 대통령 부인의 정치적 위험부담이 온통 사방으로 얽히면서 정치판의 생존 게임이 치열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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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교회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공개적인 데서 이런 얘기를 해야 할지 많이 망설였습니다. 표현이 좀 어떨지 모르지만, 한국 기독교의 '전략적 입장'에 관한 것입니다.
한국 교회의 다수인 보수 기독교는 지금까지 윤석열정부를 지지해 왔습니다. 보수 기독교를 대변하는 한교총이나 관련 단체에서 적어도 공적으로 대통령이나 윤석열정부를 강하게 비판한 적이 없습니다.
사실 엄격한 보수 기독교의 시각으로 보면 윤석열정부는 대선 때부터 문제가 많았습니다. 윤석열 후보 손바닥의 왕(王) 자를 비롯해서 천공에 관련된 문제나 대통령 처가의 여러 사안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검찰의 선택적 수사가 이런 상황을 더 비틀었습니다.
보수 기독교의 '윤석열정부 지지'는 그 반대 진영을 선택할 수는 없다는 상황에 근거한 점이 많습니다. 미국의 보수 기독교가 트럼프를 선택한 구도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지금이 정치 영역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온 보수 교계에서 입장을 표명해야 할 시점입니다. 기독교의 관점에서 보수가 어떤 것인지, 왜 보수적인 시각으로 정치와 사회의 여러 사안에 참여해야 하는지를 공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4월의 총선 결과를 보고서 입장을 밝히면 참 곤란해질 것입니다. 윤석열정부와 대통령실 쪽이 참패하든 그렇지 않든 한국 교회의 신앙적인 명분은 바닥으로 추락할 것입니다.
명시적인 기독교인도 아니고 삶의 궤적이 기독교적인 가치관에 부합한 것도 아닌 사람과 그 집단을 지금까지 지지해 왔는데, 그와 관련하여 아무런 입장 표명도 없이 그냥 두세 달을 보낸다면 한국 교회는 설 땅을 잃어버릴 것입니다.
CBS 논평이었습니다.
[지형은 목사 / 성락성결교회, 한목협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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