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이태원 참사

“비정한 정치”…이태원 참사 유족, 국민의힘 ‘대통령 거부권’ 건의에 눈물의 삭발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윤 대통령,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하라”

경향신문

국민의힘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결정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부근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 고 정주희 씨 어머니 이효숙 씨가 딸의 영정사진을 품에 안고 삭발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딸의 영정을 안은 어머니의 머리카락이 잘려 바닥에 떨어졌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11명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공포하라”고 촉구하며 삭발식을 했다. 이날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결정하자 항의하는 뜻에서 삭발식을 한 것이다

이날 오후 1시 긴급히 마련된 삭발식에서 유가족들은 서로 부둥켜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희생자의 어머니 7명과 아버지 3명, 외삼촌 1명이 삭발했다.

참사 희생자 고 이남훈씨의 어머니 박영수씨는 “아이들을 보내고 나서 저희 엄마들의 눈물은 강이 되고, 아버님들의 한숨은 태산이 됐다”며 “정치하는 분들은 강과 태산을 돌아보셨냐. 저희는 오늘 삭발을 한다. 더이상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냐”고 했다. 박씨는 “도대체 어디에 거부권을 행사하라는 거냐”며 “자식을 보낸 어머니의 머리카락이 떨어지는 것을 눈을 크게 뜨고 보시라”고 했다.

비정한 정치입니다. 재난을 정치에 이용하려는 자가 과연 누구입니까
- 18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의 삭발식에서 김덕진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대외협력팀장의 발언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는 “본회의를 통과한 특별법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더해 여야 협상에서 조율된 내용이 상당수 반영된 수정안”이라며 여당의 결정을 비판했다. 고 오지민씨의 아버지 오일석씨(57)는 “강제조사권도 포기하고 피해자 범위도 줄인 법안”이라며 “참사를 정쟁에 이용하려 하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향신문

국민의힘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결정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부근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11명이 삭발식을 진행하는 중에 한 유가족이 혈서를 쓰고 있다. 김창길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정민 유가협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저희를 또다시 외면했다. 우리를 국민의 한 사람이 아닌 적으로 간주한 것”이라며 “이제 주사위는 윤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신중하게 잘 판단해주시라”고 호소했다.

삭발식 도중 한 유가족이 손가락에 피를 내 포스터 뒷면에 “진실규명”이라고 쓰려고 하자 다른 이들이 말리기도 했다. 희생자의 아버지인 그는 “애들이 다 죽었는데” “우리 애들이 잘못한 거냐”고 했다.

삭발을 마친 유가족들은 서로 끌어안으며 흐느꼈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건의한 국민의힘을 규탄한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즉각 공포하라”고 외쳤다.


☞ [속보] 국민의힘, 이태원특별법 ‘尹 거부권’ 행사 건의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401181200011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 진보? 보수? 당신의 정치성향을 테스트해 보세요!
▶ 뉴스 남들보다 깊게 보려면? 점선면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