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졸업식이 많아진 5일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에서 시민이 꽃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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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만 기다렸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지나가네요.” "
경기도 안성에서 20년째 꽃집을 운영 중인 김양순(63)씨는 1년 중 장사 대목인 졸업식 시즌을 맞았지만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수요가 50% 이상 줄었다고 했다. 김씨는 “100m 안에 여중이 두 곳이나 있지만, 단골을 제외하면 주문이 별로 없다. 졸업식 전날마다 밤샘 작업을 했던 것도 옛말이 됐다”고 토로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30년째 꽃집을 운영하는 이모(57)씨는 “한창때와 비교해 주문이 3분의 1토막 났다. 이제는 ‘시즌’이라는 개념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2년 전엔 학교 앞에서 직접 꽃다발을 팔곤 했다는 이씨는 “올해는 꽃값이 너무 올라 박리다매로 파는 건 생각도 못 할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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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후 첫 졸업식인데…손님 텅텅
김경진 기자 |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처음 맞는 졸업식 시즌이지만 꽃집 상인들이 졸업 특수를 누리지 못하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물가·출하량 감소 등으로 꽃값이 워낙 오른 데다가 학령인구 감소로 졸업생이 줄어든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18일 화훼유통정보의 경매통계 데이터를 보면 1년 전과 비교해 꽃값이 많게는 30%까지 치솟았다. ‘당신의 시작을 응원한다’는 꽃말을 가져 졸업식 꽃다발에 주로 쓰이는 프리지아의 경우 이달 1일부터 16일까지 평균 경매 가격이 1단(10송이)에 3898원으로 1년 전보다 19.4% 상승했다. 코로나19 확산 전인 2020년 동기간과 비교하면 35.4% 증가했다. 수국은 1년 전과 비교해 33.4%(4679원→6240원), 안개꽃은 31.9%(1만3617원→1만7960원) 올랐다.
지난주 딸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최모(50·고양 일산서구)씨는 “3만원에 하고 싶었지만, 꽃다발이 너무 초라해 4만원을 주고 맞췄다. 이마저도 분홍색 꽃으로는 가격에 맞추기 어려워 노란 프리지아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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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줄고 수입산 밀고 들어오자 문 닫는 화훼농가
상인들은 학령인구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전국 학령인구(6~17세)는 531만명으로 20년 전인 2000년 810만명에서 3분의 1 이상 줄었다. 특히 저출산 직격타를 맞고 있는 초등학교의 인구 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00년 61만5000명이던 초등학교 졸업생은 2021년 45만100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교육부는 5년 뒤엔 전국 초·중·고 학생이 85만6196명(16.7%) 줄어들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꽃 수요가 줄고, 상대적으로 저렴해 가격 경쟁력이 높은 수입 꽃들이 밀고 들어오자 국내 화훼농가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2012년 6429헥타르(㏊)였던 화훼 재배 면적은 2022년 4229㏊로 줄었다. 국내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꽃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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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꽃다발 인기…인형·초콜릿·풍선 이용
17일 유튜브에 올라온 'DIY 꽃다발' 관련 게시글.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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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졸업식장에선 생화 대신 저렴한 재료를 이용해 부모들이 직접 만든 ‘DIY(Do it yourself) 꽃다발’이 인기다. 풍선을 이용하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초콜릿, 인형 등을 넣어 만드는 식이다. 고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A씨도 “가격이 비싸 생화 꽃다발 대신 유튜브를 보고 풍선 꽃다발을 직접 만들었다”라며 “친구들 반응도 좋아서 아이가 재밌게 놀다 왔다”고 말했다.
중고거래 업체를 이용하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에는 ‘졸업식용 꽃다발 팔아요’라는 제목으로 1만~2만원 정도에 꽃을 내놓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 대부분 거래가 완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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