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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흑화한 경전 '백지은니 수능엄경' 은빛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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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보존과학센터 결실한 부분 보강

'백지'와 표지 감색 종이 비밀도 밝혀내

'백지은니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권10(백지은니 수능엄경)'은 불교 경전인 능엄경 열 권 가운데 마지막 권을 은이 함유된 안료로 필사한 책이다. 뒷부분에 고려 공민왕 5년(1356) 이방한이 죽은 어머니를 위해 썼다는 간행 경위가 적혔다. 1963년 보물 지정 때는 삼베로 만든 한지를 뜻하는 '마지은니 수능엄경'으로 불렸다. 2010년 '백지'가 포함된 지금 이름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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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2021년부터 이듬해 6월까지 보존 처리해 '백지'의 비밀을 밝혀냈다. 18일 발간한 '백지은니 수능엄경 권10 보존처리' 보고서에 따르면 사용한 종이는 보물 지정 당시 알려진 삼베로 만든 한지가 아니라 닥나무로 제작한 한지였다. 종이 섬유의 형태와 정색 반응을 분석한 결과, 표지와 내지 섬유 측면에서 투명막 횡문이 발견됐다. C 염색액에서 적갈색을 보여 닥나무 섬유로 확인됐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이동형 자외-가시광 분광분석기를 통해 표지의 감색 종이가 쪽으로 염색된 종이인 사실도 밝혀냈다. 이를 바탕으로 염색지를 재현해 결실된 뒤표지를 복원했다. 관계자는 "은니 보상화문(寶相華文·이상적인 꽃의 모습을 만들어 낸 문양)이 있는 뒤표지는 마모돼 은색 선이 탈락하고 이물질이 묻거나 부분적으로 결실돼 있었다"며 "쪽(쌍떡잎식물 마디풀목 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 염색지로 결실된 부분을 보강하는 등 손상 부분은 최대한 원형을 살려 복원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은니 글자는 은과 황이 결합해 검게 변색했다. 주로 앞부분(1~4면)과 뒷부분(55~56면)에서 두드러졌다. 본문이 접히는 내지 가장자리 주변의 글자 일부도 흑화 현상을 피하지 못했다. 각 장의 위·아래 모서리 역시 접힌 부분을 따라 둥글게 마모되거나 찢어졌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먼지와 이물질을 제거하고 흡수지로 오염물을 흡착시켰다. 최대한 원형을 유지한 상태에서 세척하고 채색을 이용한 색 맞춤 등으로 결실한 부분을 보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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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과정은 보고서에 상세히 수록돼 있다. 박종서 문화재보존과학센터장은 "백지은니 수능엄경의 서지학적 특징과 가치, 고려 불교 경전 인쇄용지의 특징, 종이의 유기물 분석 등 다양한 자료를 곁들여 지류 문화유산 보존처리 연구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과학적 보존처리 방법과 기술 연구를 꾸준히 추진하고 그 결과를 소개하는 자료를 발간해 국민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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