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전 대표와 민경욱 전 의원이 2023년 10월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총선의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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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꺼낸 국회의원 정수 축소 카드는 정치에 갓 입문한 신인들이 선거철 정치개혁 구호로 삼는 단골 소재다. 정치혐오 정서에 기대 상대 당을 적폐, 청산 대상으로 몰고 자신이 속한 당을 차별화하려는 의도였다. 그리고 결과는 좋지 않았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자 의원 정수 10% 축소 카드를 꺼냈다. 그는 2019년 1월 정계에 입문해 그해 2월27일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후 11일 만인 3월10일 자유한국당은 의원수를 10% 줄이겠다고 제안했다. 4·3 보궐선거를 3주가량, 21대 총선을 1년 앞둔 상황이었다.
그는 그해 5월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라가 벼랑 끝에 있는데 여야 4당은 국회의원을 늘릴 궁리만 한다”며 “국회의원 숫자는 줄이라는 게 국민들 절대 다수의 여망이다. 누구를 위해 의석수를 늘리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을 늘리자는 정치인과 정당은 총선에서 국민들이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2023년 10월16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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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012년 9월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직후 10월23일 정치 쇄신을 위한 구체적 과제로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내걸었다. 당시 안 의원은 인하대 강연에서 “국회의원 수를 줄여 정치권이 먼저 변화의 의지를 보이고 국민들과 고통을 분담하고 (의회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며 “국회의원들의 숫자를 줄인 만큼 예산이 절약되는 데 계산하기에 따라서는 (그 액수가) 4년 간 2000억에서 400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와 안 의원, 한 위원장의 공통점으로는 의원 정수 축소를 공약할 당시 모두 국회의원직을 한 번도 수행하지 않은 원외 인사였다는 점, 대선·총선 등 큰 선거를 눈앞에 뒀다는 점 등이 있다. 한 위원장은 검사 출신으로 법무부 장관을 지낸 후 바로 여당 비대위원장이 됐고, 황 전 대표는 검사 출신에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지낸 후 당대표로 선출됐다. 안 의원은 의사·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당시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한 상황이었다.
의원 정수 축소를 선거 직전 내건 이들의 선거 결과는 좋지 않은 편이다. 황 전 대표는 2020년 총선에서 참패하고 대표직을 내려놨다. 안 의원은 2012년 11월23일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단일화를 선언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문 전 대통령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패했다. 한 위원장의 전임자인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의원 정수 축소를 꺼냈지만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보수정당에서 의원 정수 축소를 꾸준히 주장해왔다는 점도 특징이다. 검사 출신인 홍준표 대구시장도 정치 입문 직후 의원 정수 축소를 주장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2021년 7월23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국회의원 수 줄이자는 건 어제오늘 이야기한 게 아니고 15대(국회)부터 내가 하던 이야기”라고 말했다. 모래시계 검사로 이름을 알린 홍 시장은 1995년 10월 검사직을 내려놓고,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자유선진당을 창당한 뒤인 2009년 국회의원 수를 30% 감원하고 비례대표 의석수를 정원의 절반으로 하자고 주장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서도 안 의원의 후보직 사퇴 이후 의원 정수 감축을 민주통합당에 제안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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