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선거제 확정 시한 넘긴 국회
지역구 합구·분구 여부 결정 안 돼
옆 동네에 후보등록 ‘기현상’ 발생
예비후보들 갈팡질팡… 혼란 심화
쌍특검 등 대치… 늑장 ‘구태’ 불 보듯
현역 의원이 제 지역구를 내버려두고 바로 옆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 건 국회가 제때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해서다. 공직선거법상 선거구 획정 시한은 ‘선거일 전 1년까지’다. 14일 기준으로 무려 279일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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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지역구 합구가 확정적인데 선거법 개정이 여태까지 안 되고 있으니 발생한 일”이라며 “획정 작업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선거운동을 시작할 순 없는 일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안에는 서울 노원 갑·을·병을 노원 갑·을로 합치는 안이 담겼다. 예비후보 등록은 아니지만, 민주당 김교흥 의원(재선·인천 서구갑) 또한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에 같은 당 신동근 의원(인천 서구을) 지역구로 검증을 신청해 통과했다. 이 또한 인천 서구가 기존 갑·을에서 갑·을·병으로 분구될 것으로 전망돼서다.
총선이 석 달도 안 남았지만 국회가 아직도 ‘선거 룰’을 정하지 못하면서 원내·외를 가리지 않고 혼란이 심화하고 있다. 여야가 1월 임시국회에서 선거구 획정과 선거제 논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쌍특검(김건희 특검·50억클럽 특검) 재표결을 둘러싼 대치 심화가 예상돼 결론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현실적으로 협상이 2월 말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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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선거일을 40일 안팎 남겨 두고 가까스로 룰을 정하던 구태를 반복하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온다. 직전 21대 국회의원 선거 룰도 선거일 39일 전에야 확정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선거구 획정 시한을 현행 ‘선거일 전 1년’에서 ‘선거일 전 6개월’로 현실화하되, 이 시한이 지나면 기존 제도로 선거를 치르자고 제안했다. 이 문제를 ‘양당의 선의’에만 맡길 수 없단 판단에서였다.
헌법재판소도 이미 7년여 전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지연과 관련해 원외 예비후보 측 헌법소원에 각하 처분을 내리면서도 재판관 4명 소수의견으로 “국회의 입법 부작위는 의무를 게을리한 것으로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선거 룰 확정 지연이 일상화하면 민주주의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민주주의가 공고해지려면 룰에 대한 논란이 적어야 한다”며 “스포츠 경기를 해도 심판 판단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 나오면 패자가 승복하지 않고 경기 자체가 엎어지는 법”이라고 경고했다.
김승환·김현우·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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